이탈리아의 프라다는 21세기 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손꼽힌다.

낙하산 소재를 가방에 응용, 여성들을 가죽 가방에서 해방시킨 나일론
백부터 최근에 발표한 스포츠웨어 컬렉션까지 프라다는 늘 혁신적 스타일로
패션계를 이끌어 왔다.

또 패션이 인간생활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실용주의 정신을 현대 패션의
키워드로 끌어 올린 것도 프라다의 공적중 하나다.

프라다라는 이름이 곧 트렌드로 인식될 정도로 패션계에서 이 브랜드가
차지하는 위상은 상당히 높다.

이처럼 변화와 실험의 상징으로 불리는 프라다지만 그 바탕에는 다른
명품처럼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정신이 깔려 있다.

약 1백년전 문을 연 프라다 매장이 세월을 잊은 듯 옛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갤러리아 엠마누엘 거리에 있는 프라다 매장은 이 회사의
설립자인 마리오 프라다가 회사설립과 함께 오픈한 유서깊은 점포다.

또 전세계 프라다 매장중 유일하게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숍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프라다 매장이 본사의 매뉴얼에 따라 현대적이고 조금은 차가운
느낌이라면 이 매장은 따뜻하고 고전적인 향취를 간직하고 있다.

벨기에산 흑백 대리석으로 만든 바둑무늬 바닥, 놋쇠를 이용한 장식물들,
계산대가 올려진 마호가니 책상, 아르데코식의 창문 등 이 숍의 인테리어는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1900년대 초의 미적 감각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숍에는 마리오 프라다의 고상한 성품과 여행을 즐기는 취미활동이 그대로
반영됐다.

미국에서 들여온 하트만 트렁크와 동양에서 수집한 거북껍질및 말라카 목재,
물고기 껍질 그리고 영국산 은제품 등 마리오 프라다가 전세계를 여행하며
모은 각종 진귀한 물건들이 매장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다.

또 마리오 프라다가 런던에서 구입한 가구가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우산과 지팡이를 꽂는 디스플레이 케이스도 1913년 모습 그대로다.

구석에 있는 오래된 트렁크도 눈에 띈다.

래커칠한 나무와 놋쇠로 된 장식용 단추 그리고 경첩이 달려 있는 이 트렁크
는 유럽 귀족들의 여행길을 함께 했다.

이 가방 안에는 상아, 은제품, 보헤미안 크리스털 등이 놓여 있다.

이밖에도 이브닝 가방, 크리스털, 거북 껍질로 만들어진 병, 사진 액자,
모자핀, 귀고리 그리고 여러 종류의 보석들을 볼 수 있다.

이 매장의 지하 계단 통로도 명물로 꼽힌다.

두개의 패널화로 구성된 이 통로는 미대륙과 유럽을 잇는 상징물로 당시
라 스칼라 극장의 세트 디자이너로 활약한 니콜라 베노아에 의해 만들어졌다.

프라다 밀라노 갤러리아 매장은 변함없이 초기의 모습을 지키고 있다.

단지 지금은 기하학적인 굽이 달린 신발과 최첨단 소재를 쓴 가방, 방수처리
된 재킷 등 가장 현대적인 상품들이 전시돼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같은 고전과 현대의 멋스러운 조화가 바로 프라다를 세계적인 패션그룹
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