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간 제휴가 금융기관간 합병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국내 금융기관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여기에 대해 노(No)라고 답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경험을 볼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국민은행 김덕현 이사는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전략일 뿐 합병과
같은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제휴를 추진중인 다른 금융기관들도 합병 논리로 접근할 성질이 못된다고
못을 박는다.

이들은 금융기관간 합병을 위한 제도적인 틀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말한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은행의 경우 자회사 방식으로 타업종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기관간
합병에 나설만한 절박한 필요도 없다고 강조한다.

업무상 모자라는 부분을 제휴를 통해 메꾸는 정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르다.

매킨지컨설팅 관계자는 "같은 금융기관간 합병은 대체로 마무리됐고 서로
다른 금융기관간 합병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도
서로 다른 금융기관간 합병이 주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겸업은행(유니버설 뱅킹)을 허용해온 유럽 이외에 미국 일본
등에선 최근 이업종간 합병이 급증하고 있다.

은행이 증권 보험업등을 할 수 있도록 겸업관련 규제조치가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은행 지주회사인 시티코프와 증권 보험 신용카드부문 금융회사
인 트래블러스그룹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합병이 완료되면 <>보험 <>증권중개 및 투자업무
<>예금 및 신용카드 업무 결합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96년11월 수립된 금융대개혁(일본판 빅뱅)에 따라 98년6월 은행
증권 보험업의 상호 진출을 허용한 금융시스템이 통과됐다.

금융기관간 M&A가 늘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전략적 제휴가 곧바로 M&A로까지
이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제휴를 통해 이업종간 교류가 활발해지다 보면 합병논의도
자연스럽게 불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구나 외국계 금융기관이 국내에 진출,경쟁양상이 복잡다기하게 나타나면
국내 금융기관들의 몸집불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