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의류업계에 QR(Quick Response:신속반응생산) 붐이 일고 있다.

QR은 시장변화에 따라 즉시 제품을 만드는 생산기법.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실제 도입한 업체는 적었다.

업무량이 늘고 협력업체의 반발도 상당하기 때문.

IMF사태는 QR의 걸림돌을 단번에 들어냈다.

효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짐에 따라 QR도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제일모직 LG패션 신원 등 선발 의류업체들을
중심으로 QR을 적용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제일모직은 올들어 원단 생산부터 의류 제조.판매까지의 전 과정에 QR을
본격 채택했다.

이에따라 과거 1백여일 걸리던 제품 생산기간을 30일 정도로 단축시켰다.

시장 반응에 따라 제품을 재빨리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 재고량도
크게 줄였다.

내부부진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지금까지 재고율을 지난해보다 17% 포인트
가량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시장을 선도해 나갈수 있었다는 점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LG패션은 지난 4월초 닥스 면티셔츠 신상품(소비자가격 9만5천원)을
1천3백벌만 출시했다.

기존의 출시때보다 7백벌 적은 규모.

QR 도입후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취해진 조치였다.

판매 열흘만에 40%가량 팔려나가자 4월말부터 5월초에 1천벌을 추가
생산했다.

6월초에는 잘팔린 사이즈 위주로 5백벌 더 만들기로 했다.

두차례 QR로 판매율을 85%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예상이다.

LG패션은 QR 도입을 위해 협력업체와 포괄적 계약도 맺었다.

출시때 제작물량이 적은 만큼 다른 품목을 발주, 일거리를 보전해 준다는
것이다.

제품기획에서 발주 판매를 계속 관리, QR이 가능토록 내부 업무체계도
바꿨다.

앞으로 전품목에 확대 적용한다는 게 LG패션 계획.

신원은 수출부문에도 QR을 적용했다.

해외 바이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미주지역 바이어들은 과거 발주에서 선적까지 2~3개월을 줬으나 최근엔
1개월 가량으로 단축했다.

재고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신원은 이에따라 해외시장 수요를 미리 조사해 필요한 원부자재를 해외
현지공장에 보내 수주 즉시 생산에 들어가는 QR을 채택했다.

현재 미주물량은 과테말라에서 처리하고 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IMF사태로 효율성은 의류업계에도 경영의 키워드가
됐다"며 "재고감축이 가능한 QR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