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필 ]

<> 53년생
<>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중소가방업체에서 수출담당
<> 83년 가나안 창업
<>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공장 설립
<> 98년 내수제품 아이찜 출시
<> 99년 아이찜 별도법인화

[] 좌우명 : 이왕 할 바에는 제대로 하자
존경하는 기업인 : 성기학 영원무역회장
[] 취미 : 연극(포스터 및 세트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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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진 올림픽도로.

잠실 부근을 질주하던 승용차가 서행 트럭을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늦었다.

승용차가 대파되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염태순씨는 정신을 잃었다.

턱을 다쳐 여덟바늘을 꿰맸다.

일주일이상 입원하라는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 다음날 아침 병원을 나섰다.

얼굴에 붕대를 감은 채로.

전날 마무리 짓지 못한 아디다스 바이어와 후속상담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

3시간이 넘는 상담끝에 기어코 1백만달러짜리 가방 주문을 거머줬다.

사고를 당한 87년은 아이찜의 모기업인 가나안을 창업한지 4년이 되던 해.

이 주문이 성장의 발판이 된 것은 물론이다.

염태순(46) 아이찜 사장은 근성의 비즈니스맨이다.

프로냄새가 난다.

외국브랜드가 장악한 학생용 가방 내수시장에 토종브랜드 "아이찜"으로
출사표를 던진지 불과 1년만에 외산브랜드를 압도했다.

그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세계 최대 학생용 가방 수출업체를 일군
경력도 있다.

해외법인을 통한 수출액은 연간 6천만달러에 이른다.

수출선은 나이키 노스페이스 아디다스 등 쟁쟁한 기업들.

해외공장 경영에서도 근성은 그대로 나타났다.

베트남은 수교가 되기도 전에 투자했다.

투자보장협정을 맺지 않아 대다수 기업들이 주저했지만 과감히 진출했다.

종업원 관리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베트남 여성은 멋을 부리려고 손톱을 기른다.

생산성이 떨어진다.

옷감을 끊임없이 미싱바늘 밑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데 걸리적거리기 때문.

퇴근무렵.

염 사장은 정문앞에서 손톱깎기를 들고 서 있다가 모조리 깎아 버렸다.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다음날 조회시간에 열변을 토하며 경쟁력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해서는 기업을 운영할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수출에만 전념하던 염 사장은 어느날 국내 학생들의 가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초등학생이건 대학생이건 외국상표 제품을 메고 다니는 것을 목격한 것.

자존심이 상해 잠이 오질 않았다.

세계 최대 수출업체를 일궜는데 정작 안방은 모두 내주다니.

아이찜을 출시한 작년초는 외환위기 여파로 모든 기업이 움츠리던 시절.

때는 왔다고 판단했다.

질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하면 선풍을 일으킬수 있을 것으로 여겼고 적중
했다.

무식할 정도로 품질에 집착했다.

가방에서 가장 말썽을 일으키는 부분은 지퍼.

작고 가벼운 지퍼 대신 크고 육중한 지퍼를 달았다.

망치로 두드려도 망가지지 않을 정도.

값이 3배나 비싸다.

멜빵 역시 튼튼하고 넓게 만들었다.

S자 모양의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도입했다.

어깨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

다양한 크기의 주머니를 만들었다.

업계 처음으로 평생보장제도 도입했다.

학생들이 줄을 선 것은 물론이다.

첫해 매출은 60억원.

올 목표는 2백50억원으로 설정했으나 판매가 급증하면서 3백억원으로 수정
했다.

"고객은 왕입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입으로만 왕이라고 얘기할뿐 실제는
허수아비로 여깁니다. 어린 학생을 왕으로 대한게 성장비결인 것 같습니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시절 연극반에서 활동하기도 한 그는 방화에 대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유니코리아 설립멤버로 참여할 정도로 연극과 영화를
사랑하는 기업인이기도 하다.

(02)569-7921

< 김낙훈 기자 n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