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시장의 선두자리를 둘러싼 두산과 진로의 판촉경쟁이 정상수위를 넘어
전면적인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주류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는 상대방 소주에 대한 비방 광고전으로
연초부터 한바탕 대격돌을 벌였다.

소주싸움은 이달초 금화를 내건 위스키 경품경쟁으로 이어진데 이어 급기야
상표권을 둘러싼 법정분쟁으로까지 확전돼 앞으로의 사태추이가 주목된다.

그러나 주류업계와 소비자들은 외국사의 한국시장 공략에 맞서 한창 힘을
합쳐야 할 시점에 두 회사가 품질경쟁이 아닌 감정싸움으로 소모전을 펴는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두산은 11일 (주)진로의 "참진이슬로" 소주 상표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상표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냈다.

두산은 소장을 통해 자사가 상표등록한 "이슬"이나 "이슬로"와 "참진이슬로"
가 흡사해 진로의 상품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로의 주장은 딴판이다.

"이슬"이나 "이슬로" 모두 진로라는 단어 속에 의미가 함축돼 있어 문제가
될수 없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후 벌써 1억병이나 팔린 참진이슬로
소주의 인기를 깎아내리려는 의도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진로는 두산의 주장이 법적으로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두산이 상표권등록을 한 이슬(93년7월 출원)은 상표권 등록후 3년동안
사용하지 않아 이미 상표로서 의미가 없다는 상표권 취소판결(99년 3월27일)
이 내려졌다는 설명이다.

주류업계 일각에서는 상표권 분쟁에 앞서 벌어진 위스키 경품경쟁도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IMF위기를 벗어나지도 않은 마당에 값비싼 양주를 금화까지 내걸고 마시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양사는 정부측의 광고중단 명령과 비판적 여론을 인식해 광고전을
중지했지만 주당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상술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업계나 소비자들은 양사가 감정싸움보다 질과 가격으로 승부를 가리길
원하고 있다.

주류공업협회의 한 임원은 "주류산업 발전이나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호화경품행사 등 불필요한 소모전을 즉각 중단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야할 것"
이라고 촉구했다.

< 최인한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