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O(Chief Technology Officer, 기술담당 최고경영자) 시대"가 활짝
열렸다.

현대는 핵심업종의 조기 그룹분리와 전문화를 위해 연구개발(R&D) 부문을
강화키로 하고 5개 전문그룹별 CTO를 두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현대는 이를 위해 곧 5개 전문그룹별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CTO에게 R&D와 관련된 업무의 전권을 줄 방침이다.

현대는 이미 자동차부문의 CTO로 이충구 사장을 임명한데 이어 현대전자 등
전자부문에도 LG반도체와의 통합과 동시에 CTO를 두기로 했다.

건설 중공업 등 나머지 핵심업종도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 연구개발 조직을
통합하고 담당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전자업계도 발빠르다.

삼성전자는 올초 CTO로 진대제 대표이사 부사장을 임명했다.

LG전자도 지난해 CTO로 백우현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 제도는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메디슨,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한글과
컴퓨터 등을 중심으로 중견기업에도 확산되고 있다.

CTO란 기업내 기술적 의사결정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면서 CEO(최고경영자)를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좌하는 전사적 기술담당 최고경영자.

따라서 기술 부문을 대표해 신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한편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위해 각 사업부문의 기술적 노력을 조정하는게 주임무다.

또 기술획득 및 합작투자등 회사의 핵심적인 결정에도 기술적인 측면을
직접 판단하게 되며 외부와의 연계를 통해 회사의 기술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도 임무다.

기술을 상품화하는 "R&D 마케팅"도 이들의 역할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정순원 박사(부사장)은 "현대가 5대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CTO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기술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기술개발에 일관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주력하게 될 것"
이라며 "R&D 예산권도 CTO에게 부여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경영 상태에 따라 R&D 비용이 줄었다 늘었다하는 경우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R&D부문은 일관된 정책하에 기술개발에만 주력토록한다는 구상이다.

이들 회사는 CTO라는 타이틀만 걸어놓은 것이 아니라 이들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지원 조직을 별도로 구성해 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CTO 제도를 도입하면서 CTO전략팀이라는 조직을 새롭게
구성했다.

이 팀은 우선 기술위원회를 주관하는 등의 일상적인 업무외에 기술 수출 등
R&D 마케팅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재미과학자 백우현박사를 CTO로 영입하면서 기술제휴와
사업개발을 담당케 했으며 LG전자외에 LG정보통신 LG정밀등이 포함된
LG전자CU의 사업개발 업무도 총괄토록 했다.

또 CTO 직속조직으로 기술전략팀 품질전략팀 특허팀 등을 뒀다.

특히 기술전략팀에는 사업전략수립기능을 부여해 제품개발과 사업전개
(마케팅)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의 CTO제도 도입붐은 조직의 글로벌 스탠더드화 추세와 더불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