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현재 경기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진데 따라 일부분에서
거품이 일어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경고했다.

한은은 과거 일본의 정책 실패를 거울 삼아 지금은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3일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 요인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한국경제 회복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 거품을 경계해야 =일본은 80년대 중반부터 버블현상이 빚어졌다.

정부재정적자 확대와 민간부문의 규제완화에 따른 것이다.

86-89년 사이에 주가는 3배가 뛰었고 땅값도 86-90년 동안 3배 올랐다.

기업과 금융기관은 이에 편승해 생산설비를 과다하게 늘리거나 자산투자에만
주력해 경제기초 체력이 크게 약화됐다.

주식이나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소득도 실제보다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와
소비에도 거품이 생기게 됐다.

정부가 경제성장속도를 적절히 조절하지 않은 결과다.

한은은 이처럼 일본에서 거품경제가 형성된 과정을 현재 경제회복기에
들어선 한국이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주가상승이나 경기회복정도를 두고 거품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일본의 경험을 살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정책을 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소비와 투자심리를 되살려야 =90년대 경제버블이 붕괴된 이후 1%대의
저성장에 머물던 일본은 96년에 5.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당시 일본 정책당국은 96년의 고성장을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판단하고
소비세율을 올리는 정책을 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적자를 냈던 정부재정을 건실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소비세율 인상은 소비심리위축을 불러왔고 막 되살아나던 경기는
다시 꼬꾸라졌다.

당국이 경기지표를 잘못 해석해 부적절한 정책을 편 탓이다.

이와관련 한은 관계자는 "최근 한국의 경기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실업률이 8%대에 육박하는 등 아직은 불안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정책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따라서 한은은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실업증가에 따른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개인과 기업들이 소비및 투자를 다시 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한 구조조정을 =한은은 일본경제가 장기적인
침체를 겪고 있는 이유로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이 미비했던 점을 우선으로
꼽았다.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와 보호주의적 정책으로 산업구조 선진화가 뒤졌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산업 등 제조업의 구조조정에만 치중해 정보통신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던 것이 일본이 미국경제에
지금까지 밀리고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의 정보화 산업 투자액은 92-95년중 2천8백21억달러로 미국의
6천2백1억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철 한은 해외조사실 조사역은 "현재 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지식 정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장기적인 성장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