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포스트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7개 업종에 걸친 빅딜의 쟁점이 대부분 타결됨에 따라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후속 전략수립에 나선 것이다.

경영의 무게가 빅딜과정의 득실계산에서 포스트 빅딜쪽으로 쏠리고 있다.

5대 그룹은 당분간 주력업종가운데 핵심사업에 자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빅딜과정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조직을 재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자산효율도 극대화해야 한다.

기회를 성장의 디딤돌로 활용하려는 5대 그룹의 포스트 빅딜 대비 전략을
5회 시리즈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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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그룹이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업종별 사업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빅딜이 일단락된 만큼 새 판에서 경쟁우위
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서둘러 세우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선 자원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집중할지 선택해야 한다.

아직은 주력업종에 고루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룹 회장들의 관심이 성장과 고수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핵심사업에 쏠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대는 자동차와 반도체 사업에 집중 투자,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할 방침이다.

빅딜과정에서 기아자동차와 LG반도체를 차례로 인수해 몸집을 불린 만큼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 질적 도약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자동차 부문은 2003년 연산 2백5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9위로
부상하기 위한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을 마련했다.

2001년까지 현대.기아 양사의 부품공용화를 마무리짓고 모델 중복을 없앨
계획이다.

부품사는 현대정공으로 통합할 방침이다.

반도체부문도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계획 및 마케팅전략을
백지에서 다시 짜고 있다.

박세용 현대 구조조정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인수도 핵심역량강화차원에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빅딜이후 생존과 성장을 위한 복안을 철저히 마련했다.

그룹측은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어떠한 경영환경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짰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당분간 핵심역량을 비메모리 반도체와 디지털 정보통신쪽에 집중하고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를 축으로 인터넷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 계열사 사장 12명은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기도 했다.

삼성은 정보통신 사업을 효율적으로 펼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통신업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한국중공업 인수전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대우는 중장기적으로 자동차사업에 핵심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우중 대우 회장은 조선부문 매각방침을 밝혀 그룹을 자동차중심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회장은 지난 92년 GM과 결별하면서 자동차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최근 획기적인 재무구조개선계획을 발표한 것도 김 회장의 이같은 장기
비전을 앞당겨 실현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우는 구조조정본부에 사업교환 태스크포스팀을 두고 사업 및 자산매각을
추진하는 동시에 전세계 12개국에서 벌이고 있는 자동차사업을 통합, 운영
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세계경영도 자동차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LG는 데이콤을 인수, 종합 유무선통신업체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구본무 회장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재계 간담회에서 "데이콤을 인수해
정보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LG는 반도체 매각대금을 기간통신산업에 우선 투자할 방침이다.

LG는 유무선 통신사업과 함께 인터넷사업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인터넷 매체인 채널아이에 데이콤의 천리안까지 가세하면 인터넷사업
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그룹 구조조정본부와 LG텔레콤의 전문인력이 선진국사례를 벤치마킹
하며 중장기 통신사업육성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빅딜의 소용돌이에서 비켜있던 SK는 기존의 전략에 따라 그룹의 역량을
차세대 무선통신사업에 쏟을 계획이다.

SK관계자는 "생명공학 신약 등 미래형사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신사업 육성차원에서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별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재계는 5대그룹이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핵심사업에 자원을 집중할 경우
국내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산업구조가 복잡해질수록 특정 사업분야에 집중하는
기업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빅딜 이후 경영전략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5대그룹 핵심역량 강화전략 ]

<> 현대

- 자동차(2003년 2백50만대 생산체제 구축)
- 반도체(세계 최고의 D램업체로 육성)

<> 삼성

- 전자(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강화)
- 디지털정보통신(인터넷 사업 등)
- 통신업체 인수 추진

<> 대우

- 자동차(2001년 국내외 공장에서 3백만대 체제 구축)

<> LG

- 정보통신(데이콤 인수로 종합유무선 통신업체로 발돋움)

<> SK

- 정보통신(차세대 무선통신 투자확대)
- 화학/에너지(정밀화학, 생명공학, 신약개발)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