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존.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일컫는 말이다.

작년 4월 출범한 금감위와 4개감독기관을 합쳐 올해 출범한 금감원은 청와대
다음으로 막강한 기관이 됐다.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도 금감위에 가려 힘을 잃은지 오래다.

금감위는 "무소불위의 권부"라는 평을 들을만한다.

구조조정과정에서 금융기관과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사실상 행사했기 때문
이다.

무려 70여개 금융기관이 작년에 회생이 불가능하거나 회생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정리됐다.

서슬퍼런 금감위의 퇴출명령과 인원감축요구 앞에 임직원 7만여명도 일자리
를 잃었다.

5대그룹 총수를 맘대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과 이헌재
위원장뿐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막강파워는 이 위원장을 면담하려는 사람들이 대변해 준다.

한 지지방은행장은 "우리 같은 사람은 위원장 독대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웬만한 기관장도 며칠을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고 한달을 넘기는 예도
흔하다는 후문이다.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한때 "이 위원장을 만나려면 한국에 1억달러이상
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이 금감위원장의 희소가치와 명성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다.

일례로 28일 홍콩에서 발행된 아시아머니 5월호는 이 위원장을 "올해의
구조조정기관장(Restructuring Agency Chief Of The Year)"으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위원장이 주축이 돼 추진중인 한국의 구조개혁은 어느 아시시아 국가
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 선정이유다.

아시아머니는 "이 위원장은 구조조정 추진을 위해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
내고 신속하게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안팎의 평가에 "응급실 당직의사로 부름을 받았을 따름"
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는 구조조정을 추진한 근원적인 힘은 시장인데 금감위가 그 깃발을 들고
나가다보니 시장기능능의 영향력과 금감위의 영향력을 혼돈해 금감위가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