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일로를 치닫던 노동계의 파업사태가 진정국면으로 돌아섰다.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만 극한대립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던 노조들이 잇따라 파업을 유보하고 서울지하철도
복귀하는 노조원이 늘어 27일부터 정상운영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26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국내 최대의 단일노조인 한국통신
노조는 이날 오전 농성중이던 고려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업을 일단
유보한 상태에서 회사측과 협상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원들은 자진해산했으며 노조 집행간부(위원장 제외)들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한국통신과 함게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던 전국의료보험노조도
파업을 유보했다.

서울시지하철은 노조원의 복귀율이 절반을 넘어 27일부터 지하철을 정상
운행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27일로 예정된 민노총 산하 금속연맹의 파업과 지하철 파업에
참가하느라 회사에 복귀하지 않은 노조원에 대한 면직처리의 결과다.

이들이 얼마나 강하게 나오고 정부가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산지하철노조도 27일부터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아직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다.

<> 한국통신 파업유보 배경 =한국통신이 파업을 유보한 것은 <>조합원 참여
저조 <>여론 악화 <>파업효과 미미 등으로 요약된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조합원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파업찬반투표부터 그 조짐이 나타났었다.

전체조합원중 59.9%만이 파업에 찬성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과 공공연맹 조차도 파업돌입에 대해 반신반의 했었다.

25일 용산역 집회에서는 2천5백여명만이 참석했고 이날 밤 고려대에 모인
인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전체 조합원의 5.9%에 불과한 규모다.

한국통신의 장비가 이미 대부분 자동화돼 이정도의 인원으로는 파업에
들어가봐야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

더군다나 여론은 노조에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다.

임금이나 복지 등 구체적인 현안도 없이 민주노총의 투쟁일정에 맞춰 무리
하게 벌이는 파업에 여론이 동조해 줄리 만무다.

<> 민주노총 대응=민주노총은 여전히 결사항전의 자세다.

그러나 기세가 예전같지는 않다.

당장 27일 금속연맹의 파업과 28일 집회가 제대로 진행될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 계획마저 틀어질 경우 5월투쟁은 사실상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이갑용 위원장은 이날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계속 대화를
거부하고 강경탄압을 고집한다면 5월1일 메이데이를 기점으로 정권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역시 변수는 27~28일 양일간 벌이기로한 금속연맹 산하 9개사업장 노조원
3만여명의 파업이다.

민노총 측에선 일제히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단위사업장들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도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곳이
적지 않았다.

경제가 어려운 데도 파업이나 벌이느냐는 여론의 질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이들 대부분이 부분파업을 벌이고 일부 사업장은 아예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정부 입장 =정부는 여전히 "불법파업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김종필 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대책회의에서도 미복귀
지하철노조원 3천9백여명에 대한 직권면직심사 회부와 주동자 검거 등을
강행키로 했다.

파업사태를 빨리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다.

"강경 대처"의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파업지도부에 대한 조기검거와 사법처리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연맹의 파업과 5월1일 메이데이 집회에서도 폭력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공권력을 투입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러나 노동계를 자극하지 않기위해 명동성당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당분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