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기미를 나타내던 경제에 잇따라 악재가 돌출하고 있다.

노동계의 파업으로 인한 노사관계의 급속한 악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우 계열사 노조가 동조 파업키로 한데 이어 부산 지하철노조도 파업을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확대등 투쟁강도를 높이고 있어 자칫 노사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바람에 외국인투자가들이 투자를 꺼려 연일 상승하던 주가가 큰폭으로
미끄러졌다.

선순환을 나타내던 국내외 경제변수도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원화가치가 급등해 수출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오랫만에 빠른 오름세를 탄 원유가격도 "경상수지 2백억달러 흑자" 목표를
위협하고 있다.

해외시장의 한줄기 희망이었던 미국마저 성장세가 둔화되는 기미다.

게다가 코소보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래저래 경제운용이 기로에 선 형국이다.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는 부랴사랴 주요 경제현안을 점검하는 등 긴장된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 노사관계 악화 =서울 지하철등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맹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파업투쟁이 대우그룹 노동조합협의회(대노협 23개노조, 3만9천명)
산하 전체 노조로 확산되고 있다.

대우자동차 부산공장 노조는 22일부터 전면파업키로 결의했다.

민주노총이 21일 총파업을 더욱 확대하는 등 강도높은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의료보험 노조는 이날 부분파업을 벌였고 부산지하철 노조도 22일 새벽
4시를 기해 전면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같은 파업사태야말로 "악재중의 악재"다.

파업이 강행될 경우 모처럼 꿈틀대던 산업활동은 채 발아하기도 전에
짓밟힐 것이 불문가지다.

제조업 가동률이 아직 70%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대외신인도의 추락이다.

외국기업들은 그동안 각종 설문조사에서 한국에의 투자를 꺼리게 되는
주요인으로 노사관계 불안을 꼽았다.

벌써부터 그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

21일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세력으로 돌아섰다.

눈치빠른 외국인들이 먼저 발을 빼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의 "쌍끌이 주가"가 "절름발이 주가"가 된 셈이다.

이렇게 되면 증시를 부양해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소비를 진작한다는
정부의 "일석이조"식 경제운용 구상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 원화가치 급등 =달러당 1천2백원을 넘어선 원화의 급등세로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사실 원화 강세는 어느 정도까지는 예측된 현상이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진 가운데 올들어
일본경제의 회복기운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초부터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물밀듯 들어와 원화가치를 끌어
올렸다.

문제는 원화절상의 속도다.

현재로선 당국의 개입이 없으면 순식간에 달러당 1천1백원까지 치솟을
기세다.

이렇게 되면 수출기업들이 미처 적응할 여유도 없이 가격경쟁력에 타격을
입게 된다.

기업들은 달러당 1천3백원선은 돼야 수출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1.4분기중 수출이 감소세를 나타냈기에 그 심각성은
더하다.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이 수출드라이브에서 내수 위주로 바뀌고 있다고는
해도 성장의 절반을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수출경쟁력 약화를
간과할 수 없다.

<> 유가급등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세울 때 국제유가를 배럴당
13달러로 잡았다.

그런데 연초 배럴당 10달러 안팎이던 원유가는 어느새 15달러선을 넘어섰다.

이는 두가지 면에서 경제운용에 부담을 준다.

첫째는 원유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국제수지 부담이다.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8억7천만달러를 추가부담해야 한다.

또 하나는 물가관리에 미치는 영향이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유가 1달러 상승에 국내 석유류제품 가격은 0.1%,
전체 소비자물가는 0.05%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코소보 사태 장기화 =지상전으로 확산될 경우 미국의 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상승시키고 한국의 유럽에 대한 수출을 2억달러 가량 감소시킬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1일 코소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경제를 인플레
압력에 몰아넣는 등 세계경제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재정적자 확대와 통화량 증가로 금리가 0.5%포인트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나토 공습이 3개월간 지속될 경우 미국은 최소 3백50억~4백억달러가 넘는
비용을 치룰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럽에 대한 수출이 연간 2억달러 가량 감소하게 된다.

올해초 50% 이상 신장세를 보였던 구유고연방에 대한 수출도 급감하게 된다.

유럽경제 침체와 국제금융시장 불안 및 원자재 가격급등에 따른 간접적인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