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초 오일쇼크이후 30년 가까이 나라마다 경제이슈는 늘 인프레이션이
었다.

그러나 재작년 아시아경제위기이후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요새는 디플레이션이 화두다.

디플레이션이란 반드시 나쁘기만한지 어떤 식으로 경제를 망치는지
알아본다.

Q) 현실경제에서 인프레이션이 일반적이고 디프레이션은 극히 예외적인가.

A) 오일 쇼크 이전까진 물가는 오를 때도 떨어질 때도 있었다.

이를테면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영국의 물가는 1세기 전과 거의 같은 수준
이었다.

30년대 초반에는 악성 디프레이션 즉 대공황을 경험했다.

70-80년대엔 전세계가 인프레이션에 시달렸으나 90년대 들어 정반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작년 아시아경제위기이후 디프레이션 악몽이 엄습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값이 내리지 않은 상품이 드물다.

컴퓨터 비디오 같은 가전제품 값은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된지
오래됐다.

제조업대국 일본은 수년전부터 디프레이션을 걱정해 왔다.

Q) 디플레이션을 예고하는 징후와 원인은.

A) 우선 국제원자재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들수 있다.

원유가격은 지난 2년새 절반이상 폭락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가 작성하는 원자재 가격지수도 지난 2년간 30% 하락
했다.

이는 기술발달로 제조과정에서 원자재수요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원자재를
대량 소비하는 일본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지역의 경제 침체 때문이다.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생산자물가도 지난 1년동안 15개 선진국 가운데
14개국에서 하락했다.

경쟁적인 평가절하로 인해 세계시장에는 값싼 공산품이 흘러넘치게 됐다.

뭐니 뭐니 해도 과잉투자가 핵심 요인이다.

자동차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30%이상 설비과잉상태다.

그 결과 선진7개국의 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 반세기중 가장 낮은
마이너스 1%를 기록할 전망이다.

Q) 디플레이션이 왜 문제인가.

A)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기술진보나 규제철폐로 인한 생산성 향상으로 발생할 경우 실질소득과
구매력을 증대시키므로 문제될게 없다.

예를들면 19세기 마지막 30년간 미국에선 철도 확장과 산업기술 발달로
소비자 물가가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으나 실질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를
웃돌았다.

현재 미국경제가 물가안정속에서 고성장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30년대 초반처럼 급격한 수요감축와 과잉설비로 인한 악성디프레이션이
문제다.

Q) 악성 디플레이션은 어떤 식으로 경제를 망치게 되는가.

A) 상품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물건을 나중에 살수록 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소비연기는 판매위축으로 이어지고 기업들은 영업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밑지면서도 판매가격을 내리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면 기업 도산은 불가피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통화정책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명목이자율이 마이너스로 될 수는 없으므로 디프레이션이
깊어지면 통화당국이 명목이자율을 아무리 낮춰도 기업이나 개인소비자들은
실질이자율이 높다고 느끼게 된다.

그 결과 소비와 생산은 계속 위축되게 마련이다.

Q) 악성여부를 어떻게 알수 있는가.

A) 산출갭(Output gap;실질생산과 잠재생산력의 차이)을 비교해 보면 된다.

악성디플레를 걱정하는 일본의 경우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올해 산출갭이
7%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한국이나 태국의 경우에도 실질생산이 잠재생산의 거의 70-80%선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기술혁신과 정보혁명에 힘입어 실질생산이 잠재생산력을
웃돌고 있다.

값싼 수입상품과 국제원자재 가격하락이 없었더라면 미국은 지금쯤
인프레이션을 우려했을 것이다.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