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을 사겠다는 미국 뉴브리지캐피털에 대해 말들이 많다.

제일은행의 자산(대출및 유가증권)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놓고
뉴브리지캐피털과 금융감독위원회가 이견을 보이면서 뉴브리지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간다.

이같은 궁금중은 뉴브리지캐피털이 투자펀드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투자펀드는 공개기업과 달리 재무구조를 드러내지 않고 적극적인 홍보도
하지 않는다.

뉴브리지도 제일은행을 사기로 하면서 한국에 알려졌다.

지난해 뉴브리지가 해태음료를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돌았으나 그때만해도
베일에 가려 있었다.

뉴브리지는 제일은행 해외매각을 주선한 모건스탠리가 데려온 투자자다.

뉴브리지는 주로 부실화된 기업에 돈을 부어 정상화시키는 기술자들이라고
할수있다.

부실기업 주식을 일정부분을 산뒤 그 회사를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탈바꿈
시켜 이익을 얻는다.

특히 아시아와 남미같은 신흥지역 기업에 관심이 많다.

뉴브리지는 중국투자를 위해 1억5천만달러, 남미투자를 위해 4억달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회사인 텍사스패시픽그룹(TPG)과 리차드블럼앤드어소시에츠의 투자경력을
보면 뉴브리지의 성격을 가늠할수 있다.

TPG는 지난 93년 부도난 미국 컨티넨틀항공사를 사들여 정상화시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컨티넨틀항공은 그후 미국 5대 항공사로 부상했다.

TPG 회장인 데이비드본더맨이 이 투자를 주도했다.

본더맨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오토바이회사인듀카티도 인수했다.

식품회사인 델몬테에도 투자했다.

금융분야에도 투자경험을 갖고 있다.

본더맨은 미국 대부호의 한명인 로버트배스가 만든 투자그룹 RMBG에서
80년대말 부도난 저축대부조합(S&L)을 사들여 정상화시켰다.

당시 투자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중 일부가 이번 제일은행 인수에도 간여하고
있다.

뉴브리지의 투자목적은 단순하다.

펀드에 돈을 댄 투자자들에게 매혹적인이익을 남겨주는 것이다.

제일은행을 살려는 것도 이같은 목적에서다.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투자회사를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부에선 뉴브리지를 단기이익만을 쫓는 헤지펀드처럼 생각하고 있다.

뉴브리지는 투자회사를 수년간에 걸쳐 경영진, 경영전략및 내부구조 등을
뜯어고쳐 건전한 수익을 거둔다는 점에서 헤지펀드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를위해 투자주식을 5년에서 7년에 걸쳐 보유하면서 회사를 경쟁력있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제일은행의 경우에도 뉴브리지가 갖게 되는 51%의 주식을 정부동의없이는
2년동안 팔지 못하도록 돼있다.

서울은행을 인수키로 한 영국계홍콩상하이은행그룹(HSBC)은 한국에 뿌리를
깊이 내린다는 전략이다.

뉴브리지는 다소 다른 전략이지만 은행의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데는 지향점
이 비슷하다.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에 참여할 투자자를 어떻게 끌어모을지는 불확실하다.

GE캐피털이 컨소시엄에 참여한다는 설이 있었으나 확정된 것은 아니다.

모회사인 TPG회장인 본더맨이 투자하는 곳에는 매릴린치 등 유력투자
금융기관이나 미국 주연기금 등도 참여해 왔다는 점에서 제일은행투자에도
이들이 동참할지 주목된다.

현재 뉴브리지와 금감위 간의 자산가격협상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작년말 교환한 양해각서(MOU)에는 이달말까지 협상을 끝내기로 돼있다.

뉴브리지는 제일은행이 갖고 있는 기업여신등을 포함한 자산을 국제적인
금융관행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감위는 한국적 현실을 감안해 가치를 좀더 높게 쳐 달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협상이 어는 선에서 언제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