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경제의 패러다임은 디지털 경제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개인과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미국 인터넷 접속장비업체 시스코의 존 챔버스 사장은
9일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경제신문이 "디지털 광속경제"란 제목으로 연중 기획기사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러한 노력은 기업과 개인들에게 그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무한한 비즈니스기회를 제공하고 보다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터넷을 활용해 가장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조직을 "글로벌 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제시했다.

모든 기업들은 서둘러 이 모델을 구축하지 않으면 미래의 성장을 기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대담=추창근 정보통신부장 >

=======================================================================

-시스코 CEO로 취임한 이후 4년만에 매출액을 무려 7배로 끌어올렸습니다.

특별한 경영비결이 있으시다면.

"크게 4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우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고객중심 전략을 펼쳐 왔습니다.

또 시장점유율이 1,2위가 아니면 살아 남을수 없다는 비전과 전략을 세웠죠.

원스톱 고객지원시스템(CCO)을 도입하는 등 인터넷을 비즈니스의 근간으로
삼아 생산성을 35%나 높일 수 있었습니다.

전체 매출의 75%를 인터넷을 통한 판매로 올리고 있으며 올해말엔 이 비중이
80~90%로 올라갈 것입니다.

뛰어난 인재를 채용해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고객을 챙기는데 가장 철저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회사밖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대개 아침 7시에 하루 일과를 시작해 매일 적어도 10명내외의 고객을
만납니다.

저녁엔 방문했던 지역의 직원들과 함께 피자와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죠.

퇴근한 이후엔 직원들이 음성메시지로 보내온 고객관련 불만사항을
챙깁니다.

비슷한 불만사항이 10건이상 나오면 제가 본격적인 문제해결에 나섭니다.

고객으로부터의 피드백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인터넷경제의 전도사라고 불리시는데 인터넷경제의 실체는 무엇입니까.

"비즈니스활동에 인터넷이 활용된 것은 불과 2~3년전의 일입니다.

문제는 인터넷이 기업의 비즈니스 형태와 경쟁력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디지털 경제시대에선 비디오와 데이터 음성이 모두
하나로 통합될 것입니다.

냉난방이나 냉장고 TV 전화 PC가 모두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없어지고 비즈니스자원은 글로벌화되며 수많은
사이버기업들이 생길 것입니다"

- 인터넷 경제의 비전은.

"전자상거래가 핵심이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은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묶이고 기업활동은 그 속에서 이뤄질
겁니다.

정부와 개인도 마찬가지예요.

피할 수 없는 트렌드입니다"

-시스코의 "글로벌 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시간과 장소라는 기존의 장벽을 뛰어넘어 직원들이 개방된 공간에서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정보화기반을 갖춘 기업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조직구성원들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서비스와 자원 및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실리콘밸리 하이테크 기업들의 연평균 이직률이 25%수준인데 비해 시스코의
이직률이 6%대에 그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최근 4년여동안 30여개의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먼저 인수하기 전에 여러가지를 고려합니다.

우리와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는지를 살피고 비슷한 시장에서 영업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가장 중시하죠.

전체 주식의 40%를 스톡옵션으로 제공하는데 임원은 물론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주식을 분배받고 큰폭으로 주가가 오른다면 떠나는 직원이 없겠죠"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계획은 있습니까.

"앞으로 1년동안 일본과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지역에 4천만달러를 투자할
생각입니다.

직원도 40%가량 늘릴 방침이구요.

한국엔 디스트리뷰터를 지원하게 될 기술지원센터(TAC)를 설립하고
올하반기엔 시스코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도 가시화되리라 봅니다.

한국의 대학들이 네트워크분야에 실질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하려 할 경우
강사요원을 양성해주는 프로그램이죠"

-인터넷시대에 한국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무엇보다 남보다 먼저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상위 5대사와 파트너라도 돼야 합니다.

시장의 성숙속도를 볼 때 자동차산업이라면 10년걸려 승패가 갈리겠지만
이 분야에선 1년만에 판가름나기 때문입니다.

또 인터넷 인프라 구축이 중요합니다.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음성과 데이터를 통합해서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
와 솔루션 기반을 갖춰야 합니다.

이를위해 국가나 기업조직 리더의 의식개혁과 의지가 전제돼야 합니다"

< 정리=손희식 기자 hssohn@ >

-----------------------------------------------------------------------

[ 챔버스 사장 ''누구인가'' ]

존 챔버스(50) 시스코 사장은 지난 94년 11월 시스코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
(CEO)자리에 올랐다.

이후 4년여 동안 시스코를 컴퓨터업계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빠르며 인터넷
접속장비분야에서 첫손 꼽히는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94년 12억달러였던 이 회사 매출액은 지난해 85억달러로 늘었다.

서로 다른 기종의 컴퓨터를 연결시켜 주는 라우터나 스위치 등 각종
네트워크장비가 주력 상품이다.

특히 시스코의 라우터는 세계시장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한다.

이같은 경영성과에 힘입어 그는 지난 96년 경제주간지인 미국 비즈니스위크
가 뽑은 "경영자 톱25"에 선정됐다.

97년엔 일렉트로닉비즈니스지에 의해 "올해 최고의 경영자"로 뽑혔다.

지난해말 전자상거래를 주제로 백악관 초청연설을 가진 자리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그를 "미국경제를 이끄는 진정한 지도자"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인디애나주립대 경영학석사(MBA)와 웨스트버지니아대 법학박사 출신인 그는
지난 77년부터 IBM과 왕연구소에 근무했다.

시스코에는 91년 세계사업담당 전무로 영입됐다.

현재 클린턴 대통령 무역정책자문위원과 고어부통령 산업고문직을 맡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