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하고 달콤한 육수, 이 맛은 저밖에 못 만들어요."

박상옥(46)씨는 IMF한파 직전인 지난 97년 가을 경기 안성에서 거먹골
칡냉면(0334-675-3762) 사업을 시작했다.

폭우 때문에 날씨가 차가웠고 경기도 나빴지만 정신없이 냉면만 파느라
비가 오는지 IMF가 뭔지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비결을 묻자 맛, 서비스, 청결,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쓴 덕이라며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맛.

음식장사는 맛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냉면 맛은 육수가 결정해요. 육수와 양념장이 어우러졌을 때 개운한 맛이
납니다."

박씨가 육수에 들이는 정성은 각별하다.

소고기를 주원료로 해서 10가지이상의 재료를 넣는데 정확한 시점에 거품을
걷어내고 불을 조절하는 것이 비법의 핵심이다.

순간의 차이가 맛의 차이를 결정하므로 거품제거시간, 불조절, 양념첨가
시점을 잘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칼칼하고 시원한 육수가 아닌 텁텁한 육수가 되고 만다고.

아내 김은주씨는 양념장 담당이다.

마늘, 양파, 고춧가루 등을 배합해 만드는 아내의 양념장은 박씨의 육수와
찰떡궁합이다.

천상 음식장사가 제격일 것 같지만 박씨는 20여년간 농장을 운영하며 소를
길렀다.

농장을 운영하다 보니 친구들이 자주 놀러왔는데 그때마다 아내가 정갈한
음식솜씨로 손님상을 똑부러지게 차려내오곤 했다.

손님상을 숱하게 차리면서 음식장사 해도 되겠다는 말을 많이 들은 것이
씨가 됐는지 우연찮게 냉면장사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은 이렇게 적성에 잘맞는 일을 왜 좀 더 일찍 시작하지 못했을까 아쉬울
정도라고.

박씨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돈이 덜 들고 경쟁점포가 적은 안성에서
창업했다.

임차보증금 4천만원, 인테리어비와 시설비 1천5백만원, 배달용 오토바이
1백10만원 등 총 5천6백여만원이 들었다.

냉면 성수기는 빠르면 3월에서 늦으면 4월에 시작되고 8월까지가 절정이다.

요즘같은 비수기엔 하루 매출액이 60만원 정도로 떨어지고 마진율은 60%정도
이지만 여름엔 인건비 등은 고정된 채 매출이 배로 늘기 때문에 마진율이
80%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박씨답게 비수기인 겨울에는 항아리수제비, 묵채밥 등
대체메뉴를 개발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점심 메뉴로 인기가 좋은 항아리수제비는 쫀득쫀득한 맛을 내기 위해
하룻동안 숙성시킨 반죽을 사용한다.

냉면 만드는 건 김치 담는 것과 비슷해서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은 재료를
써서 만들어도 맛의 차이가 크다고 말하는 박씨는 냉면집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의 비법을 전수해 주겠다고 말했다.

< 서명림 기자 mr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