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흔히 "무한경쟁의 시대"라 불린다.

경쟁이 기업경영의 전분야에 걸쳐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벌어진다는
의미다.

무한경쟁 시대엔 기업 경쟁력은 단순히 코스트(비용)를 줄이거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만으로 높아지지 않는다.

제품 품질은 물론 서비스의 품질, 판매와 구매, 회계 등 전 관리 프로세스
경쟁에서 총체적으로 승리할 때만 경쟁력은 올라갈 수 있다.

21세기형 경영기법으로 불리는 "6시그마"는 바로 무한경쟁 시대의 무기다.

6시그마의 목표는 제품이나 서비스중 불량품이나 에러 발생률을 1백만개당
3.4개로 줄이는 것이다.

이같은 불량률은 통계적으로 볼때 99.99966%가 합격품이라는 의미다.

현재 인간의 힘으론 최고의 경지다.

그저 공장의 일부 공정을 바꾸거나 최신기계를 설치한다고 도달할 수
있는게 아니다.

경영관리의 총체적 프로세스는 물론 전임직원의 가치관도 바뀌어야 한다.

6시그마 창안자인 마이켈 J 해리박사가 "6시그마는 철학"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6시그마가 갖는 파워는 미국과 일본간 "역전의 드라마"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80년대 일본에 뒤쳐졌던 미국이 일본을 제치고 다시 부활할수 있게 된
요인으로 흔히 실리콘밸리(정보통신산업)와 월스트리트(금융산업) 헐리우드
(문화산업) 등을 든다.

그러나 6시그마가 바로 미일역전의 결정적인 동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6시그마를 경영기법으로 처음 활용한 회사는 미국 모토로라였다.

80년대초 일본 무선호출기 시장에 들어가려던 모토로라는 깜짝 놀랐다.

일본업체들이 내놓은 호출기의 품질이 자사제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았기 때문이었다.

70년대 후반부터 품질의 중요성에 눈을 떠 나름대로 품질 향상 운동을
벌여온 모토로라로서는 충격이었다.

모토로라는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일본을 따라잡을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모토로라는 마침내 87년 6시그마로 품질관리 운동의 열매를 맺었다.

6시그마는 그후 GE(제너럴일렉트릭) IBM 얼라이드시그널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이 받아들이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경영혁신 운동으로 정착됐다.

87년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제정한 "말콤 볼드리지상"과 더불어 미국이
일본을 추월하는 엔진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요즘엔 과거와 정반대로 소니가 6시그마를 도입하는 등 일본업체가 역수입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업체들의 "1백PPM(parts per million)운동"과 미국기업의 6시그마운동
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이를 간단한 확률로 따져보자.

1백만개당 1백개의 불량을 허용하는 1백PPM은 통계적으론 99%가 정품이라는
말이다.

이는 미국사회 기준으로 주요공항에서 하루 평균 2건의 항공기 이착륙
사고가 일어나고 매시간당 2만통의 우편물이 잘못 전달되는 수준이다.

이에 비해 6시그마가 목표로 하는 정품 확률 99.99966%는 5년에 1건 정도
항공기 이착륙 사고가 일어나고 매시간당 우편물 7통이 잘못 전달되는 수준
이다.

엄청난 차이다.

6시그마는 그러나 단순한 품질혁신 운동이 아니라는데 기존 운동과 큰
차이가 있다.

제품의 생산공정은 물론 서비스 분야와 전반적인 관리시스템에까지 적용
된다.

6시그마 운동은 일반적으로 투입대비 10배의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조직 공공서비스 가계 등 전 부문에 적용할수 있다.

정부부처나 공기업도 6시그마를 도입할 경우 경쟁력을 크게 높일수 있다.

"새 천년"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무기"인 셈이다.

한국 사회의 병폐는 한마디로 사회 모든 분야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데
있다.

투입 비용에 비해 산출은 턱없이 적다.

땅값 돈값 사람값이 지나치게 높은 반면 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따지고 보면 IMF 체제를 부른 근본 이유도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있었다.

IMF는 그러나 뒤집어보면 고비용 구조를 일거에 해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기회다.

이제 시급히 해야할 일은 고효율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산업자원부 표준협회 국립기술품질원 능률협회 등과 공동
주최로 전국민적인 6시그마 운동을 제창하고 나선 목적은 기업경영과 공공
조직의 생산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높이자는데
있다.

"저비용 고효율" 사회를 만들면 "제2 건국"이라는 시대적 과제도 앞당겨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는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어떻게 일하는가가 요체인 시대다.

6시그마는 바로 일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6시그마로 새 밀레니엄을 준비하자.

< 최필규 산업1부장 ph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