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파를 타기 시작한 텔레비젼 광고 가운데 저절로 침이 돌게 하는
CF가 있다.

롯데칠성의 "콜드주스" CF가 바로 그것.

이 CF에서 탤런트 유동근은 오렌지를 한입에 깨물어 먹으며 "음~이거야
이거!"라고 말한다.

시청자들은 이를 보고 "참 맛있게 먹는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유동근은 이 장면을 찍느라 무려 한 드럼의 오렌지를 깨물어야 했다.

촬영 초반 유동근은 오렌지를 먹으며 "야~이거 정말 맛있네"라고 말하며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또 "비타민C를 이렇게 많이 먹으니 올해는 감기 걸리지 않겠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촬영이 반복되자 달라졌다.

유동근은 "이젠 너무 배불러요"라고 말하더니 급기야 "이거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 겁니까?"라며 "고통"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제작을 담당한 대홍기획 팀은 "콜드주스"에 오렌지 생과즙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오렌지 깨무는 장면에 심혈을 기울였다.

유동근에게 고통을 줘가며 찍은 결과는 대만족.

시청자 반응도 기대이상이었다.

CF가 방영되기 시작하자 "오렌지를 그렇게 맛있게 먹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제작의도가 적중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콜드주스" CF는 특이한 점이 없다.

특별한 제작기법이 사용된 것도 아니다.

"콜드주스"를 마시는 장면과 오렌지를 깨물어 먹는 장면이 전부다.

그런데도 힘들여 찍은 생생한 장면 하나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