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체인 블루버드소프트(대표 배연희)에는 사장으로 불리는
사람이 없다.

회사 대표인 배연희씨가 있지만 사내에선 팀장으로 부른다.

그녀가 31세로 젊기 때문만은 아니다.

"생산성과 유연성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신개념 경영때문"이라는게
그녀의 설명이다.

실리콘밸리에서나 흔히 볼수 있는 기업내 수평구조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압구정동에 있는 이 회사 문을 열고 들어서면 컴퓨터 학원에 들어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일렬로 배열된 PC 앞에 20여명의 직원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해
있다.

배 사장이 이들과 함께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한결같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주목 받는 아이템들이다.

인스탄트 메시징 프로그램(일명 사이버삐삐)이 대표적이다.

채팅과 전자우편의 장점을 혼합한 인터넷용 소프트웨어로 이미 2천여명이
이 회사가 개발한 프로그램(블루소프트메신저)를 사용중이다.

한국통신의 인터넷서비스인 코넷에 이 프로그램이 적용되면서 첫 상용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회사는 서버용을 인터넷서비스업체(ISP)나 사내망을 구축한기업등에
판매하고 개별 사용자용은 무료로 제공하는 마켓팅을 펼치고 있다.

배 사장은 최근 또 다른 간판급 소프트웨어로 CTI(컴퓨터전화통합)툴 킷을
개발했다.

"컴퓨터로 전화에 지능을 부여하는 CTI 시스템 구축은 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배 사장은 이 프로그램만 있으면 간단한 명령어로 복잡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멀티미디어 정보를 서비스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한국통신에 공급된데 이어 작년말엔 정통부 우수신기술로 지정됐다.

정보고속도로가 깔리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 사장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93년초.

서울대 대학원 심리학과를 졸업한 직후였다.

그녀는 "유학과 취직을 놓고 고민 하다 사업을 하는게 비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배 사장은 "그때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확신할때까지는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대학원 시절 인터넷 관련 써클에 가입하면서 정보통신에 인연을 맺게
됐다"는 배 사장은 4명의 학교 동료와 함께 창업했다.

구로동의 15평짜리 오피스텔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사업을 첫 아이템으로 잡고 호텔부터 공략했다.

배 사장은 "국내 일급 호텔은 거의 다 다녔다"며 "합리적으로 얘기하면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찾아갔던게 순진 했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호텔에서 안심스테이크 정도 얻어 먹은 것 외에는 소득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던 탓이다.

"전화로 "인터넷"을 말하면 대부분 "인터내셔널"로 오인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고 계속 매달렸다.

결국 인트라넷이나 홈페이지 구축등의 용역사업을 통해 인건비 정도는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배 사장은 "고객에게 칭찬 받을 정도로 열심히 일 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현대자동차 한국통신 대성전자등에서 발주가 이어졌다.

그러나 배 사장은 용역만으로는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96년부터 독자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나선 것도 그때문이다.

쉽지 않았다.

국내에선 자문을 구할 대상이 없었던 것.

배 사장은 "그때 구세주가 인터넷 이었다"며 "하루에 10시간 이상
인터넷만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본이 없는 사람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게 인터넷 입니다.

무궁무진한 정보를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인터넷의 등장은 축복입니다"배
사장은 인터넷 예찬론을 아끼지 않았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