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에 들어와 있는 명품급 해외 브랜드들이 가장 언급하기 꺼려하는
대목중 하나가 바로 가짜 상품 얘기다.

카피 왕국이라는 오명처럼 루이비통 프라다 등 세계적 명성을 날리는
브랜드치고 국내에서 가짜상품 시비에 휘말리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카피 상품은 그 브랜드의 인기를 짐작케 하는
척도가 된다.

카피상품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해당 브랜드의 인기가 한물
갔다는 사실을반증하기 때문이다.

페라가모는 이런 의미에서 최근 가장 "뜨고 있는" 브랜드로 꼽을 수 있다.

요즘 동대문상가나 이태원 잡화상품 코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오메가
모양의 동그랗고 커다란 핸드백 버클이나 네모나고 넓적한 금색 장식등은
모두 페라가모의 상징물들이다.

상인들은 이 브랜드의 카피상품들이 품목도 다양해지고 눈에띄게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패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의외의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페라가모는 유행을 앞서가기보다 트렌드와는 무관한 고전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클래식이 곧 최신 트렌드"인 점을 생각한다면 고전을
대표하는 페라가모가 뜨는 것이야 말로 하나도 이상할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매회사인 페라가모 코리아측은 페라가모의 카피상품들이 시중에 쏟아져
나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단지 다른 해외 유명브랜드들 처럼 화려한 로고플레이를 삼갔던 홍보
전략탓에 그 디자인이 페라가모 것인지 아닌지소비자들이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라는 말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라(vara)라는 이름의 구두다.

페라가모가 1978년 발표한 바라는 낮은 굽의 펌프스 스타일에 앞부분에
리본이 달려 있는 디자인이다.

실제로 이 모양은 살롱화의 기본 형태다.

지금도 여성화 매장에 가면 거의 어느곳에서든 앞부분에 금장식과 넓적한
리본이 달려있는 디자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모두 페라가모의 카피인 셈이다.

이 브랜드의 한국 매니저인 최완 부장은 관심이 부쩍 높아진 페라가모
브랜드의 인기와 관련, "너무 스포티하지도 않고 튀지도 않는 페라가모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소비자들의 정서에 맞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살롱 ]

페라가모의 역사는 1898년 이태리 나폴리에서 태어난 살바토레
페라가모로부터 시작된다.

고향에서 형제를 위해 구두를 만들었던 소년 살바토레는 16세에 미국
헐리우드로 건너가 TV드라마와 영화에 소품으로 쓰이는 구두를 제작했고
영화의 히트와 함께 대성공을 거뒀다.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의 스커트가 바람에 날리는 유명한 장면에서
각선미를 살려주었던 샌들도 페라가모의 작품이다.

현재 한해 1천8백만 켤레의 구두를 생산하는 페라가모는 의류 가방등에
이르기까지 토탈 브랜드로 높은 명성을 얻고 있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