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장 후보로 이갑현 상무가 추천된 데는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
(29.26%) 은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메르츠은행의 위르겐 레머 전무와 볼프강 회니히 종합기획부장은 경영자
선정 위원회가 열리기 전 외환은행 비상임이사 자격으로 정부당국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은행 내부에서 새 행장을 내는게 바람직하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또 23일 행추위가 열리는 도중 코메르츠 측은 현지시간으로 밤 9시가
넘었음에도 직접 팩스전문을 보내는 등 내부승진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신한은행의 세대교체도 외환은행장 후보선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외환은행 임 직원들은 내부승진을 내심 바라면서도 "조건부 승인은행"이라는
약점 때문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7일 신한은행이 대주주인 일본교포들의 뜻을 받아들여 이인호
전무를 행장으로 추대하자 외환은행은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26일 주총에서 물러나는 홍세표 행장도 지난 19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과의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직원들의 정서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영자선정위원회(위원장 이강환 생보협회장) 또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누가 적임자인지"에 관해 의사타진을 했다.

은행장 인사를 둘러싸고 관치금융 시비가 일었던 것도 이갑현 행장후보에겐
플러스요인이 됐다.

어쨌든 외환은행은 지난 67년 설립이후 처음으로 "순수 혈통의 내부승진
은행장"을 갖게 됐다.

은행권 전체로 보면 이 후보는 지난 80년이후 처음으로 상무에서 은행장
으로 직행하는 케이스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지난해 코메르츠은행으로부터 외자를 유치할 당시 국제본부장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했었다.

여신업무 경험이 다소 부족하지만 종합기획 국제 분야에선 금융계 실력자로
통한다.

이 후보는 "외부인사를 과감히 영입(아웃소싱)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
며 개혁 의지를 밝혔다.

그는 자구노력 차원에서 당장 1~3급 직원을 감원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또 물밀듯 밀려오는 외국은행에 맞서 외환은행을 키워야할 책임도 짊어지고
있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자율경영이 정착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행장후보는 경동고 서울대 상학과를 졸업 지난 68년 외환은행에 입행한
정통외환은행맨이다.

<>런던현지법인 사장 <>외화자금부장 <>여의도지점장 <>종합기획부장 등을
거쳤다.

지난 98년 상무로 선임됐다.

43년 충남 연기 출신.

부인 김은숙 여사와 1남2녀.

취미는 등산.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