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 매각이 확정되고 대기업간 빅딜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는 등
한국의 구조 개혁이 일단락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코리아 붐"이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다.

이는 22일(현지 시간) 전경련 주최로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로드쇼(순회 설명회)에서 확인됐다.

이날 로드쇼는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을 투자 적격 수준으로 회복시킨 이후 첫 설명회였기 때문인지 주최측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3백여명의 기관 투자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 증시에서 대규모 자금을 운영하고 있는 아팔루사와 타이거 등
헤지펀드를 비롯 보스턴 시카고 등지에서 원정.참석한 투자가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설명회에서 미국측 참석자들은 한국이 새로운 투자적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앨런 그린버그 베어스턴즈 증권 회장은 "한국은 금융 및 외환 부문에서
안정을 되찾은데 이어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실물 분야도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들 부문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타진
하는 기관투자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전문 주식펀드인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의 헨리 세거먼
사장도 "한국에 대한 투자 규모를 지난해의 2억달러에서 최근 50%이상
늘렸다"며 "월가 투자가들 중 상당수가 브라질 사태 이후 한국쪽 투자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메릴린치의 윌리엄 다이닝 이머징 마켓담당 전문위원은 "한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구조 조정을 이뤄냈다"며 이에 따라 전세계 이머징마켓에서
한국에 할당된 투자 포트폴리오 비중을 9.44%로 가장 높게 책정했으며 후속
상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증권의 에이미 폴스 이머징 마켓실장도 "그동안 비적격 채권에
대한 투자 제한 조항에 묶여 한국에 대한 투자를 못했던 연금기금 등 대형
펀드들에게 이번 설명회는 한국 시장을 이해시키는 촉매제가 됐다"고 강조
했다.

"코리아 붐"은 미국 기관투자가들의 질문에서도 잘 나타났다.

이들은 한국 대표단에 구조개혁 과제와 빅딜 마무리 등 구체적인 질문
공세를 펼쳐 한국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엿보게 했다.

특히 특정 그룹이나 업종 등에 대한 각론 단위의 질문이 쏟아져 눈길을
끌었다.

예컨대 뉴욕생명보험 펀드 관계자는 대우그룹이 6개 사업군 가운데 전자 및
통신 부문을 정리하고 4개 분야에 집중키로 한 배경을 물었다.

뮤추얼 펀드인 클레멘스 캐피털사측 참석자는 보험업계의 구조 조정 방안을
질문했다.

한국에 대한 월가 투자자들의 투자 계획이 각 기업 및 업종별로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미 기관 투자가들은 그러나 빅딜 등과 관련 해서는 후속 처리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예리하게 파고 들어 금감위 및 재계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대우그룹이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뒤에도 당분간 SM5 모델을 계속 생산키로
결정한 이유를 비롯 <>현대 LG의 반도체 통합에 따른 인원 및 설비 조정
<>정부의 과도한 금융산업 개입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2000년(Y2k) 대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질문이 이어졌다.

이 행사에 참석한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미국 투자가들이 질문의
내용 만큼이나 한국 투자를 늘릴 준비가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문수 금융감독원 고문은 "유럽 로드쇼 때도 독일 금융기관을 비롯한
상당수 기관투자가들이 지난 1년여 동안 한국에 대한 투자규모를 축소했던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며 "특히 러시아와 중남미의 연쇄 위기에 따라 상대적
으로 한국의 진가를 재인식했다는 투자자들이 많아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
된다"고 설명했다.

한평 이날 설명회에선 기업인들의 활약이 빛났다.

5대그룹의 대표적 해외통인 이들은 유창한 영어와 세련된 매너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주)대우 이경훈 사장, 삼성생명 황영기 전무, LG구조조정본부 이종석
부사장 등은 시종 좌중을 미소짓게 하는 능숙한 브리핑솜씨를 보였다.

이 사장과 황 전무는 ''SM5'' 생산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기업인들의 솔직한 태도에서 한국경제의 변화상과 역동성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