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주 한국종합금융 사장은 최근 명예퇴직 처리를 둘러싸고 색다른 고민에
시달렸다.

명예퇴직을 받아들이기도 그렇다고 거절하기도 곤란한 처지에 빠졌기 때문
이다.

사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후 직원들에게 "명예퇴직은 없다"고
공언해왔다.

그런 그에게 몇몇 부장급 직원이 갑작스레 퇴직을 신청해왔다.

퇴직 신청자들은 한결같이 "새롭게 출발하고 싶다" "후배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며 강력하게 퇴사를 희망했다.

김 사장은 먼저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그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면
제대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인지가 걱정됐다.

그렇지만 "회사를 위해서나 떠나려는 사람을 위해서나 붙잡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 직장을 떠난 다음에 뭘 할것인지를 꼼꼼히 챙겼고 위로금도 넉넉히
챙겨주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한국종금은 2월말을 기준으로 6명의 부장급 직원이 통상
임금의 12개월치와 +알파를 위로금으로 받으며 퇴직하게 됐다.

94년 무렵에 4명이 퇴직한후 처음이다.

결과론이지만 김 사장의 일자리 걱정은 괜한 것이 됐다.

앞서 한국종금을 퇴직한 선배들처럼 이번 퇴직 예정자들도 벌써부터 앞다퉈
새로운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계회사 창립요원으로 스카웃된 사람도 있고 서울 강남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독자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