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4일 "세계 경제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를 경쟁력있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경총 등 경제단체가 전문경영인 풀(pool)을 운영, "경영권 시장"
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전경련 국제경영원 주최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열린 "99년 전경련 최고경영자 신년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 "창업주 또는 가족 중심의 경영형태는 외국인에 배타적인
지배구조여서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경영능력이 뛰어난 소유주라 할지라도 한 사람이 여러 산업
또는 업종에 걸쳐 수십개 기업을 모두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육성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외국 투자자와의 지분 공유, 은행 대출금의 출자전환에 따른
경영권 이전 등을 통해 소유주가 수십개 기업을 총괄 지배하는 독점적 지배
체제는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능력없는 오너들"의 책임을 물을
계획은 전혀 없으며 <>공시제도 <>소액주주 권한 강화 <>M&A시장 활성화 등
장치를 통해 시장내에서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비전과 결단력, 새 시장을 내다볼 수
있는 안목과 감각이라며 경총 등 경제단체가 전문경영인 풀을 만들고 전문
경영자가 우대받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강연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일은행을 인수하는
뉴브리지캐피털이 이건삼(전 뱅커스트러스트 아시아본부장)씨 등 국내 인사
2~3명, 외국인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행장후보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전자 빅딜 문제와 관련 "대우전자는 해외 법인 등의 문제로
삼성과 티격태격하는데다 경영공백상태가 지속되면서 타결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해 기본합의서에 서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빅딜에 대한 근로자나 정치권의 저항에 대해 "우리경제가 잘
되기 위해서는 외국인투자가 들어와야 하며 이는 곧 M&A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근로자나 해당지역, 정치권이 들고 일어나면 투자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은 "경기가 이제 바닥을 쳤는데
벌써부터 거품론이 나오고 있다"며 "U자나 V자로 본격적인 상승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경제정책과 기업인들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
했다.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은 "기업구조개혁이 마무리되는 내년 3월 이후에는
대기업집단에 대한 경제력집중 억제제도의 적용 대상을 현행 30대에서 5대
기업집단으로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공정위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