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태양이 작열하던 작년 여름.

L그룹 부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박경석(48세)씨는 연일 계속되는
신문광고를 보고 창업을 결심한다.

주위사람들의 권유도 있었고 언론에도 창업관련기사가 많이 실린바 있어
부푼 꿈을 안고 건물 1층의 20평짜리 점포를 얻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즉석생조개구이점.

둥근철판에 둘러앉아 석쇠위에 놓인 어패류를 구워 먹으면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다소 서민적 분위기의 주점이다.

개업 첫달은 그럭저럭 매출이 좋았다.

일매출 25만원정도.

임대료와 운영비를 제외하고도 월순익이 3백만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단풍이 들고 추석이 지나면서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매출은 2백만원.

재료비와 임대료를 내고 나니 남는 건 없고 인건비 70만원이 고스란히
적자로 남았다.

메뉴변경을 위해 인테리어도 개조하고 업종전환도 고려해 봤지만
여유자금도 없고 자신감도 잃었다.

본인의 장사경험이 일천한 탓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업종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이 박씨의 생각이다.

소자본 창업시 아이템선정은 최소한 2년이상을 내다봐야한다.

일시적 유행에 따른 반짝사업인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한다.

초보자의 경우 남들이 창업해서 돈을 벌고 있다면 그 정보의 진실을
파악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경향이 많다.

1년후의 상황전개도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창업을 서두르다보면
그 결과는 뻔하다.

창업시 가장 중요한 것이 업종선택이다.

계절과 유행에 민감하다든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아이템은 피해야 한다.

또 예상수익에 비해 과도한 자본이 투자되는 업종도 바람직하지 않다.

95년도의 닭갈비, 96년 즉석탕수육, 97년 로터스치킨, 98년의
생조개구이점 등이 앞서 열거한 이유로 실패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밖에도 학습비디오, 어린이 사진관, 목욕용품점, 실내석궁장, 도서대여점
등의 업종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아이템들이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좀 더 개성있고 발전적이며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수 있는 안정적 아이템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나대석 한국사업연구소장 (02)508-1787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