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력한 무역보복법인 "슈퍼 301조"가 다시 부활됐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6일 97년말에 효력이 만료된 슈퍼 301조를
앞으로 3년간 부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외국정부가 정부조달 시장에서 타국을 차별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타이틀 7"도 부활시켰다.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의 수출을 가로막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규제하기 위해 슈퍼 301조를 부활시켰다"고
밝혔다.

미국의 슈퍼 301가 다시 살아남으로써 미국의 대외적인 시장개방 압력이
한층 고조돼 세계적인 "무역 전쟁"이 우려된다.

특히 철강수출 문제로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한국도 미국과의 갈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슈퍼 301조 부활의 배경 =세계각국의 "불공정한(unfair)" 무역행위를
시정해 자유무역주의를 확대해야 한다는게 미국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작년에 2천4백억달러(추정)에 달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게 속셈이다.

올해는 적자가 3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법 301조나 반덤핑법 등 기존의 수입제한 장치가 있는 데도 가장
강력한 슈퍼 301조를 부활시킨 데서 의도가 분명해진다.

더군다나 클린턴은 섹스스캔들로 탄핵의 위기에 빠져 있다.

무역적자 해소가 위기탈출구가 될 수 있다.

"실적"으로 자신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어야 할 입장이다.

내년에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 의회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미국은 국제여론이 나빠지더라도 "보호주의"를 미국 통상정책의 핵심
으로 채택했음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고 할수 있다.

<> 부활의 파장 =국제통상마찰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미국정부는 슈퍼 301조를 무기로 시장개방 압력을 더욱 높일게 분명하다.

상대국이 미국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해당국의 대미수출을 제한하거나
보복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이에대해 상대국이 맞보복에 나설 경우 "세계 무역전쟁"은 불가피해진다.

특히 일본과 유럽연합은 슈퍼 301조가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보복법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이경우 세계는 보호주의로 치달으면서 교역이 위축돼 세계경제회복이
지연될 수도 있다.

미국이 주로 겨낭햐는 과녁은 일본과 유럽연합(EU)이다.

지금도 철강 농산물 보험 임산물분야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일본은 정부조달 부문에서도 미국의 불만을 사고 있어 이번에 함께
부활된 "타이틀 7"에 의해서도 제재를 당할 공산이 크다.

이밖에 대미무역흑자가 많은 중국도 슈퍼 301조의 칼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중재가 가능하고 미국이 실제로 슈퍼 301조
를 발동하려면 1년반 정도 걸려 당장 타격이 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교역시장의 분위기 경색은 피할 수 없다.

<> 한국경제에 대한 영향 =한국정부는 대미수출에 당장 비상이 걸릴 정도로
큰 충격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자동차시장 개방협상 과정에서 슈퍼 301조
를 경험했고 통상정책의 기조를 이미 "개방"으로 완전히 틀어 놓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부담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과 통상협정을 체결키로 하는 등 통상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에 다시 슈퍼 301조를 발동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철강수출 문제로 다소 갈등이 있지만 보조금 지급과 포철에 대한
정부지원 등에 대해 미국 측을 성공적으로 설득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약품과 화장품 시장에서의 차별대우 문제도 이미 다양한 개선조치를
취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제도는
슈퍼 301조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슈퍼 301조는 WTO 규정에 근거해 발동돼야 하는데 영화산업은 WTO 협정의
예외조항이기 때문이다.

물론 간접적인 여파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도 "미국의 무역적자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고 올 하반기부턴
미국이 사실상 대선정국에 접어들게 돼 있어 보호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밖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간의 통상마찰이 폭발적인 양상
으로 나타날 경우 미국이 슈퍼 301조를 남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