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경제청문회 첫날 기관 보고에서 특위 위원들과 재경부는 외환
위기의 발생 원인과 정부의 책임 문제를 놓고 현격한 시작차를 드러냈다.

특위 위원들은 정부의 미숙한 정책 대응이 환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경부는 국내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해외 요인 등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또 자민련 소속 위원들은 임창열 전경제부총리의 책임 문제를 집중 추궁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회의 위원들과 미묘한 감정대립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재경부가 이날 보고를 시작하려 하자 특위 위원들은 보고서의 내용이
부실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공격했다.

국민회의 이윤수 의원은 "보고서를 읽어보면 재경부의 잘못은 없고 외부
요인에 의해 위기가 발생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며 "내용을 보완해 다시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재경부가 제시한 각종 지표의 평가를 놓고도 조사위원과 재경부가 논란을
벌였다.

국민회의 정세균 의원은 이미 지난 97년 2월과 4월에 금융기관의 외채 만기
연장률이 95%대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경부가 이를 위기로 보지 않은
것은 수치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통상 외채 만기연장률은 1백%가 넘어야 정상적"이라며 "이미
97년초에 외환위기의 징후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으나 재경부는 전혀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경부측은 그러나 "당시 객관적인 수치를 그대로 밝힌 것일 뿐"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재경부가 "97년 10월 하순부터 금융.외환시장과 관련해 선택가능한 모든
대책을 추진했다"고 보고한 대목에서도 위원들은 거세게 비판했다.

국민회의 김영환의원도 "외환위기가 닥치자 홍콩은 금리를 1백%까지 올렸다"
며 "우리 정부는 이같은 금리정책을 취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대책을 강구했
다고 할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이규성 재경부장관은 이에 대해 "보고서에 기술한 내용은 당시 여러가지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는 의미이며 표현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준 것은 유감"이라고 답변했다.

특위 위원들은 이와 함께 종금사 부실화 문제와 관련한 보고 내용에 대해
서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재경부는 종금사가 부실화된 원인으로 대기업의 연쇄부도, 외화자산과
부채의 만기구조 불일치, 종금사에 대한 감독체계 다원화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자민련 정우택의원은 "감독체계가 분화돼 종금사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느냐"고
힐난했다.

자민련 의원들은 특히 임창열 전 부총리가 취임하는 과정에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하는 등 임 전부총리를 겨냥한 질문
공세를 폈다.

자민련 김칠환 의원은 "부총리가 교체된 지난 97년 11월 19일 금융시장
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이전에 열린 비공식 경제장관 회의에서 IMF구제
금융 문제로 격론이 벌어지지 않았느냐"고 질의했다.

김 의원은 특히 "임창열 전 부총리가 IMF구제금융 문제를 충분히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시 인수인계 상황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며 집요하게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규성 장관도 "비공식 회의의 경우 회의록을 따로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특위 위원들은 환란 당시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정세균 의원은 당시 경제팀이 ''펀더멘털 튼튼론''을 제기하며 성장 물가 등
거시지표가 양호하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이미 실물부문에서 위기가 도래했다
며 ''거시경제 불균형론''을 제기했다.

또 "정부는 97년 11월중 만기연장 불가로 환란이 초래됐다는 소위 ''날벼락
론''을 주장했지만 이미 기아사태 이후로 외환위기가 조기에 진행되고 있었다"
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금융개혁 등 근본적 개혁이 안돼 위기가 닥쳤다는 ''구조적
요인론''을 제시했으나 외환위기악화 과정을 숨기는데 급급했으며 사전 차단에
실패했다며 ''위기관리 부실''이 더 큰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국민회의 추미애 의원은 "정부는 외환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유동성이
적은 자산까지도 가용외환보유고에 포함시켜 국민들을 속여왔다"며 "관료들의
책임의식 부재와 독선이 위기를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 이의철 기자 eclee@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