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은 하늘이 만든다"

은행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다.

은행장이 되려면 실력과 운이 함께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와중에서 이 말이 사라진 대신 새로운 말이 생겨났다.

"외국물 먹지 않았으면 은행장 꿈은 아예 꾸지 말라"고.

작년이후 은행 임원들은 무더기로 퇴출됐다.

부실책임을 지고 형사처벌을 받는 임원도 적지 않다.

감독당국에 따르면 은행 임원진(감사 포함)은 지난 1년새 80% 가량이
바뀌었다.

그 수도 절반으로 줄었다.

조흥 상업 한일은행의 경우 97년말 임원중 살아남은 이가 전무하다.

조흥은행은 97년 하반기부터 무려 17명의 임원이 교체됐다.

상업 한일은행은 합병과 함께 전 임원이 퇴진했다.

제일은행은 97년말 임원 12명중 6명이 남았다.

서울은행은 13명중 3명만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독일코메르츠은행과 합작해 "파란눈"의 임원 2명을 영입한 외환은행은
12명중 4명만 살아남았다.

76명에 달했던 6대 시중은행 임원중 13명만 바뀌지 않은 것이다.

총 임원수도 조흥 6명, 한빛(상업+한일) 9명, 제일 7명, 서울 6명, 외환
7명 등 35명으로 절반이상 줄었다.

합병은행이 된 국민은행, 하나은행을 비롯 주택은행 등 시중은행과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비슷한 처지다.

그러나 경영진개편은 이제 시작이고 올해 가장 역점을 둬야할 과제라는게
당국의 입장이다.

물갈이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감독당국은 "신금융" 경영진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개혁성과 참신성
<>패기와 뚝심 <>국제적인 안목 <>도덕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부실경영같은 "전과"가 없어야 하고 부실을 막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직 은행장중 이런 덕목을 갖춘 사람은 없는가.

하나 김승유, 주택 김정태, 한빛 김진만 행장 등 "3김행장" 정도가 점수를
따는 편이다.

이들은 모두 50대의 뱅커다.

주택 김 행장은 특히 52세로 은행장중 최연소다.

이들은 또 비은행 경력이 있고 외국물에도 밝다.

하나 김 행장은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을 거친데다 은행장으로서는
보기드물게 유학을 했다.

주택 김 행장은 은행원으로 출발했으나 증권에서 잔뼈가 굵은 증권맨이다.

한빛 김 행장은 아메리카은행과 합작한 한미은행의 "수장"을 역임했다.

이밖에 국민은행 송달호, 전북은행 박찬문 행장정도가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2월에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또한차례 인사태풍이 불 듯하다.

행장자리가 빈 조흥은행, 행장이 경고를 받은 외환은행, 변화요구를 제때
수용하지 못한 지방은행 등에서 일대 개편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투자자에게 매각된 제일은행, 매각을 앞둔 서울은행에선 외국인행장과
임원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당국은 주택 한빛은행처럼 통째로 바꾸거나 1~2명 남기는 것을 경영진개편의
"정석"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람은 간부직원급에서도 바뀌고 있다.

은행들은 외부전문가를 잇달아 채용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이미 50명의 외부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은행도 자본시장실 등을 중심으로 외부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확산돼 외국금융기관이나 비은행권 전문가들이 대거 은행에
"수혈"될 듯하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