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경기부양은 금물이고 인위적인 금리인하도 안된다"

"지금은 구조조정을 더욱 세게 밀고 나갈 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위험 경보"를
울렸다.

금년말로 금융.기업구조조정의 큰 틀을 마련한 만큼 내년부턴 본격적인
경기진작에 나설 태세인 정부에 "그건 안된다"고 분명히 말했다.

섣불리 경기를 부양시키기 보다는 아직은 구조조정에 진력해야 한다는게
KDI의 주장이다.

KDI의 이같은 "구조조정 강조"는 경기부양과 구조조정 정책의 우선 논쟁에
다시금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 상황인식부터 다르다 =KDI가 구조조정 우선론을 주장한 것은 아직도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았다 인식에서 출발한다.

일부 부실금융기관이 퇴출되고 정부가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지만
기업들의 과다부채는 여전히 줄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금융기관의 부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른다고 KDI는
설명했다.

물론 정부도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장담하진 않는다.

그러나 정부는 금융기관에 추가적인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기존에 계획된
64조원의 공적자금으로 막을 수 있다고 밝힌다.

이미 투입된 자금이 은행 정상화로 다시 회수되기 때문에 그정도의 종자돈
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5대그룹이 자구노력과 외자유치로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추면 금융기관의 위험부담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KDI가 다소 비관적이라면 정부는 상당히 낙관적인 인식을 하고 있는 셈이다.

<> 경기부양이냐 구조조정이냐 =정부는 일단 내년에 경제정책의 중점을
경기활성화에 맞춘다는 방침이다.

특히 부동산.건설 경기를 부추겨 내수에 불을 당기겠다는 계획이다.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민간소비를 늘리려면 바닥으로 떨어진
자산가격을 다소 자극해야 한다"며 "내년중 건축관련 행정규제를 과감히
풀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년 9월이후 견지해 왔던 "구조조정과 경기진작의 병행" 입장에서 "경기
진작 우선"으로 한 발 나간 것이다.

그러나 KDI는 "아직도 구조조정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업들의 부실 덩어리를 말끔히 털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를 띄웠다가는
그동안의 노력마저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KDI 김준경 박사는 "오히려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안정된 상태가 기업구조
조정을 보다 확실히 끝낼 수 있는 호기"라고 강조했다.

다만 경기대책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물경제의 급속한 침체(디플레)를
막는 차원에서 강구돼야 한다는게 KDI의 견해다.

<> 구조조정 방법론도 달라 =기업구조조정을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대해서도
정부와 KDI는 미묘한 시각 차를 보인다.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의 기본 틀을 16일 체결된 5대그룹 재무구조개선 약정
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 축소, 핵심업종에 주력, 부채비율 감축 등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토록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KDI는 그것으론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보다 확실한 손실부담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

구체적으론 회생가능기업에 금융기관이 부채-출자전환을 해줄 경우 해당
기업은 반드시 감자(자본금 줄임)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 기업이 나중에 정상화되면 금융기관은 보유주식을 경쟁입찰을 통해
일반에 매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야 부실 경영주가 책임을 지게 된다는 얘기다.

부채출자전환은 유도하되 기존의 경영권은 가능한한 보호해 준다는 정부의
방침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 차병석 기자 cha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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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경제정책에 대한 시각 차 ]

<>. 상황인식

<> 정부
- 구조개혁의 제도적 틀은 마련
- 금융.외환시장 안정 회복

<> KDI
- 금융시장 안정 불구 금융위기는 지속
- 기업 재무구조 취약하고 금융 잠재부실 여전

<>. 정책방향

<> 정부
-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경제활성화에 주력
- 내수 진작위해 부동산시장 자극

<> KDI
-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 보다 강력 추진
- 지나친 경기부양은 위험

<>. 통화금리

<> 정부
- 통화 공급확대.금리 추가인하 유도

<> KDI
- 추가적 금리인하에 각별히 신중해야
- 통화확대보다는 단기적으로 금리 안정에 초점

<>. 재정

<> 정부
- 경기회복 진전따라 재정적자 추가 확대 가능

<> KDI
- 추가적 재정적자 확대는 최대한 자제

<>. 기업구조조정

<> 정부
- 5대그룹 재무구조개선 약정따라 지속 추진
- 금융기관의 대출금 출자전환 유도

<> KDI
- 대출금 출자전환 전에 감자 조치
- 워크아웃기업 정상화뒤 은행보유주식 경쟁입찰 매각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