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의 AMF 발언 의도는 무엇일까"

일본을 방문중인 김종필 국무총리가 한일각료 간담회에서 "아시아통화기금
(AMF) 창설 필요성"을 제기한데 이어 30일 큐슈대 강연에선 "일본이 AMF
창설에 앞장 선다면 한국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재차 밝혀 그 진의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AMF 창설은 작년 9월 일본과 아시아국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보완
차원에서 제안했었으나 당시 "아시아 통화블록"을 우려한 미국 등이 반대해
결국 무산됐던 것이다.

청와대와 재정경제부 등은 일단 김 총리의 발언에 대해 "정부의 기존
입장이 바뀐게 아니다"며 파문확산을 저지하고 나섰다.

재경부 김우석 국제금융국장은 "중장기 과제로 연구해 볼만한 사안이란
뜻으로 언급된 것으로 안다"며 "당장 우리가 나서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 총리 자신도 "AMF 발언"이 일본과 한국의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개인적
인 차원의 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김 총리의 발언을 그저 "지나가는 말" 정도로 여길순 없다는 시각이
많다.

김 총리처럼 정치적 수사에 능한 노훼한 정치인이 아무 생각없이 AMF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언급했겠느냐는 것이다.

이와관련, 몇가지 추측이 대두하고 있다.

우선 일본에 대한 협상용 카드로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이 적극 추진하다가 무산된 AMF 창설을 한국이 지지하는 대신 일본
으로부터 뭔가 "반대급부"를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한국은 오는 2일부터 서울에서 일본 대장성 관계자들과 3백억달러의
"미야자와 플랜" 지원방안을 협의할 예정.

여기서 재경부는 일본측에 최소 50억달러 규모의 "중앙은행간 통화스왑
(맞교환)"을 제의할 계획이기도 하다.

이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고도로 계산된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하나 가능성은 미국과 IMF에 대한 견제구 성격이다.

IMF는 금년말과 내년초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38억달러를 만기연장 않고
제때 갚도록 한국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그 대가로 "위기시 IMF의 즉각 지원" 약속을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이런 IMF와의 협상을 앞두고 AMF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힘으로써 협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김총리 자신의 해명대로 "단순한 개인의견"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파장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사견이더라도 미국과 IMF가 꺼리는 AMF 창설을 한국의 총리가 밝히기
엔 너무 "부담스런 사안"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국제적인 이슈인 AMF 창설이 김총리의 발언으로 다시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은 일단 불쾌해 할테고 일본은 내심 반길 일임에 틀림없다.

한국 입장에선 "실익있는 카드"가 될지, 아니면 "위험한 도박"이 될지는
좀더 두고볼 일이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