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운동장 맞은편의 패션쇼핑몰 밀리오레는 해질 무렵이면 열기를
뿜기 시작한다.

매장은 백화점 할인행사 마지막날을 연상시킬 정도로 늘 북적댄다.

가방을 둘러맨 중고등학생, 팔장을 낀 남녀 대학생, 퇴근길에 들른 젊은
직장인 등이 대부분이다.

에스컬레이터는 이들을 가득 태운채 쉬지않고 오르내린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이런 모습을 보고 "왜 이러느냐?"는 질문을 연발했다고
한다.

동대문시장이든 남대문시장이든 가는 곳마다 썰렁한데 왜 이곳만
붐비느냐는 뜻이었다.

밀리오레가 아직 백일도 넘기지 않은"젖먹이"상가라는 말을 듣고
이 관광객은 더 놀랐다고 한다.

밀리오레는 덕수상고 옛자리에 들어선 20층짜리 현대식 패션쇼핑몰이다.

이곳의 2천여개 점포에서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젊은이들이 몸에
걸치는 것이면 무엇이든 판다.

숙녀복 남성복은 물론 모자에서 구두에 이르기까지 패션과 관련된
상품이면 팔지 않는 것이 없다.

개장 이전에는 밀리오레가 성황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인근 상인들은"이런 불황에 2천개나 되는 점포를 무슨 수로 채우겠느냐"고
반문하곤 했다.

실제로 지난 8월말 밀리오레는 매장의 70%만 채운채 문을 열었다.

이들의 예상은 적중하는 듯 했다.

그러나 한두달이 지나면서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밀리오레에는 날마다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빈 점포도 대부분 찼다.

이제는 좋은 상품을 싸게 팔지 못하는 상인들을 밀어내야 하는 실정이
됐다.

1,2층 숙녀복매장의 경우 빈 점포가 나면 입주하겠다는 상시 대기자가
2백명을 넘는다.

불황기에 문을 열고도 밀리오레가 성공궤도를 달리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패션상품을 직거래한다는 점이다.

대개 재래시장 옷은 "공장->도매상->소매상->고객"의 경로를 거쳐
팔려나간다.

그러나 이곳의 유통경로는 "공장->밀리오레->고객"이 된다.

밀리오레가 도.소매기능을 같이 갖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입주상인이 자체공장이나 하청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셈이 된다.

그만큼 값이 쌀수 밖에 없다.

대다수 점포가 도매가격과 비슷한 값에 상품을 팔고 있다.

소매점 마진이 40% 안팎이므로 밀리오레 가격은 시중가보다 30% 가량
싸다는 계산이 나온다.

품질이 처지거나 유행에 뒤지는 상품을 파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이곳의 패션은 유행에 관한한 선두를 달린다.

상인들은 끊임없이 새 옷을 내놓는다.

팔리지 않으면 파리나 도쿄를 다녀와 해외에서 유행하는 옷을 만들어
내건다.

시선을 끌지 못하는 옷은 싸게 팔아치우고 생산을 중단한다.

이곳을 처음 들른 중고등학생들은 흔히 "백화점 뺨치겠다"고 말한다.

다양한 상품, 깔끔한 진열, 환한 조명, 편리한 동선 등 뒤질게 없다는 것.

빨간 망토를 걸친 아가씨들이 고객을 안내하는 모습도 백화점과 비슷하다.

실제로 최근 일부 백화점이 밀리오레의 성공비결을 조사하기도 했다.

이 상가를 지어 운영하고 있는 성창F&D의 유종환 사장은 "밀리오레는
지금 패션유통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패션유통은 밀리오레 같은 쇼핑몰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 개요 >

<>위치:서울 중구 을지로6가 18~185
<>개장일:98년 8월28일
<>취급품목:숙녀복(지하1층~지상3층) 남성복(4층) 액세서리(5~6층)
신발(7층) 아동복(지하1층) 스포츠용품(지하2층)
<>부대시설:스낵코너(8~9층) 이벤트홀(10층)회센터(지하2층)
오피스(11~20층)
<>점포수:2천여개(스낵코너.회센터 포함)
<>영업시간:오전11시~이튿날 오전5시
<>휴무일:월요일(오전5시부터 화요일 오전11시까지)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