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중 만기가 돌아오는 국제통화기금(IMF) 차입금 27억5천만달러는
일단 상환시기를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 특별보좌역으로 최근 부임한 전광우 IBRD(세계은행)
수석 연구위원은 17일 "한국이 IMF 차입금을 갚았다는 것을 과시하기 보다는
외환보유액을 보다 충실히 쌓으려고 진지하게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는게
대외신인도를 높이는데 더 효과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 보좌역은 "이번에 IMF 차입금을 갚았다가 만약 내년에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외환수급이 여의치 않아 다음 차입금 상환을 연기한다면 오히려
국제신인도에 치명적"이라며 "차라리 외환보유액을 더 충분히 쌓고 나서
어느정도 자신감을 확보한 후 차입금을 갚아 나가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이 작년말 외환위기를 맞은 것은 은행 등 간접 금융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한 경제시스템 탓"이라며 "앞으로는 주식 채권과 같은 자본
시장을 활성화해 직접금융과 간접금융이 균형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자본시장을 활성화해야 하나.

"자본시장을 키우면 여러가지 잇점이 있다.

특히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은행 등을 통한 간접금융에선 상호 "관계"를 중시하는 거래가 많다.

때문에 외부의 입김이 개입할 여지도 많다.

관치금융도 그래서 생긴 것이다.

그러나 주식이나 채권시장에선 "관계"보다는 기업의 "위험도"나 "수익성"이
투자의 잣대가 된다.

그 정도에 따라 주가나 금리가 변한다.

기업들은 투명하게 경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어떤 수준인가.

"상당히 취약하다.

한 예로 코스닥시장의 1년 거래량이 증권거래소의 1일 거래량 수준이란
얘길 들었다.

미국의 경우 나스닥 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뉴욕증권거래소 거래량보다 많을
때도 있다"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 등 수요기반을 크게 넓혀야 한다.

또 장기채 발행 등 공급 여건을 개선하고 채권이 언제든지 현금화될 수
있도록 유통시장도 보다 자유롭게 해야 한다.

물론 이런 것들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