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판매는 다른 기업에 맡기고 수출영업은 외국업체에 아웃소싱하면서
오직 연구개발(R&D)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있다.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신성기술연구소(대표 임채환)가 주인공.

이 회사는 최근 충북 음성 반도체장비 공장을 매각했다.

반도체 장비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데 대처하기 위해 생산
조직부터 칼을 댄 것.

91년 설립된 이 회사는 개발 제품마다 잘 팔리자 96년초 자체공장을
세웠으나 불황타개를 위해 순수 R&D 전문기업으로 돌아 가기로 했다.

이에앞서 지난 10월 중순에는 이 회사가 새롭게 내놓은 노트북컴퓨터용
화상회의시스템(모델명 비디오X)의 세계시장 판권을 영국의 매직카드테크놀
로지사에 넘겼다.

신성기연의 멀티미디어 제품에 대한 수출은 이 회사가 도맡게 됐다.

매직카드테크놀로지사는 영국의 WLI와 매직카드등이 지난 9월 7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판매법인.

국내기업의 수출을 위해 외국기업들이 뭉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비디오X의 내수판매는 지난 9월부터 국내 유통업체인 슈퍼컴퓨터가 맡았다.

국내외 기업들이 비디오X의 판권을 맡기로 한 것은 이제품의 기술성과
시장성이 높았기 때문.

노트북컴퓨터용으로 개발된 비디오X는 초소형카메라, 무선 TV및 라디오
튜너, 영상캡쳐카드등으로 구성돼 있다.

화상회의는 물론 카메라및 캠코더등을 8대까지 연결, 다양한 영상편집이
가능하다.

스티커사진자판기 기능까지 있으며 카메라도 클립형으로 설치할 수 있다.

카메라를 단 국산 노트북컴퓨터가 최근들어 선보이기 시작했으나 이보다
카메라가 3분의 2수준으로 작은데다 카메라 전원을 노트북에서 끌어다
쓰는게 다르다.

신성기연은 자체개발한 정수기의 수출도 외국기업에 넘겼다.

WLI에 판권을 줬다.

WLI는 올들어서만 유럽 23개국에 신성의 정수기를 1만8천여대 팔았다.

작년 한해 실적의 3배 수준이다.

WLI는 게다가 최근엔 미국에도 정수기 3천대를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따라 내년에는 정수기 수출규모가 3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신성기연이 개발한 자동차용 공기정화기는 일양약품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신성기연의 임채환 대표는 "미국과 대만의 중소기업이 강한 것은 생산과
직결될 수 있는 연구를 하기 때문"이라며 "매출증대에 기여하는 연구를 하면
연구개발만 하더라도 기업을 꾸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성기연은 신성ENG를 비롯 신보창투 한솔창투 등이 투자한 연구소형
벤처기업이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