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들어간지 거의 1년이 흘렀다.

지난해 11월21일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정식 요청했고 12월3일 정부측과
IMF간의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시련이 시작됐다.

이후 국내기업들은 유례없는 불황한파속에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몸살
을 앓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된 경영체제를 구축,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두드러진 실적을 거두고 있는 기업도 많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IMF 한파를 이겨내고 있는 기업드의 성공비결을 시리즈
로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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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매출액 1조1천8백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천9백60억원의
2배.경상이익은 5백15억원으로 지난해의 4백28억원보다 20% 증가.

LG정보통신(대표 서평원)의 98년 상반기 경영성적표다.

통신장비및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인 이 회사의 올해 연간매출액은
지난해 1조9천4백86억원보다 23.2% 늘어난 2조4천억원, 경상이익은 4.2%
증가한 8백억원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무색한 경영실적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올해 국내 산업계 전반에 몰아친 거센 구조조정 바람속에서도
버린 사업이 하나도 없다.

감원도 없었다.

예전부터 될성 부른 사업에만 전략적으로 집중투자하고 버릴 것은 일찌감치
정리해 왔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 차원의 구조조정은 이 회사 경영의 일관된 기조였다.

IMF 관리경제 시대의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LG정보통신의
경영체제는 그래서 더욱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같은 성공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첨단기술력 확보와 해외시장
개척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발로 뛰는 "현장경영"이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 사장은 외환위기가 닥치자 현금유동성을 높이는게 급선무라고 판단,
건물 토지 골프회원권 등 불필요한 자산을 일찌감치 매각했다.

일찍 파는게 돈버는 길이라는 생각에 20~30%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

지금 같으면 반값도 받기 힘든 상황이다.

서 사장에겐 사무실이 따로 없다.

서울 여의도 본사에 그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국내외 현장을 둘러보고 있거나 비행기, 열차, 자동차 안이 그의
사무실이다.

휴대전화를 통해 구두로 보고받고 즉석에서 결재하거나 전자결재로 대신
한다.

1주일에 절반 이상은 영업부서 연구소 생산현장 등을 돌며 직원들과 직접
만나고 얘기한다.

엔지니어 출신의 최고 경영자인 서 사장은 품질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강하다.

"품질맨"을 자처하고 구미 공장과 연구소 등 현장을 수시로 방문, 품질
혁신을 직접 진두지휘한다.

지난 9월에는 단말기 등 전제품에 대한 "품질혁명"을 선언하고 CEO 중심의
전사적 품질혁신체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또 품질혁신 프로그램으로 "6시그마운동"을 도입했다.

이 운동은 품질불량 수준을 3~4PPM(1백만개 가운데 불량품 3,4개) 수준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신제품개발 툴인 "Vic 21+"도 적용, 상품기획단계부터 마케팅, 생산기술 등
관련부문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고객만족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같은 품질혁신의 효과는 국내외시장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에서 점유율 35%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해외수출도 활발하다.

세계 처음으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시스템을 상용화한 기술력을 바탕
으로 최근 미국 최대 이동통신 서비스업체이자 납품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벨 애틀랜틱사에 CDMA방식 휴대폰 7만대를 공급, 단말기 대량수출의
물꼬를 텄다.

지난해에는 미국 GTE및 아메리텍사에 셀룰러폰을 수출했으며 캐나다 지역
에도 단말기를 공급, 북미시장의 주요 단말기 공급업체로 자리잡았다.

이에 힘입어 올해 수출실적은 1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7천만달러의 2.5배에
이를 전망이다.

LG정보통신의 첨단기술은 단말기의 소형화 경량화도 선도하고 있다.

오는 11일엔 60g대의 세계 최경량 개인휴대통신(PCS) 단말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LG정보통신은 이같은 기술력으로 오는 2005년 세계 10대 정보통신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엔지니어링과 마케팅 중심의 회사로 재편하고 생산이나 애프터
서비스 부문은 아웃소싱한다는 방침이다.

<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