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현상이 이틀째 계속되면서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전자등 국제무대에서 일본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종에서는 수출증대의 기대된다.

삼성물산의 임영학 이사는 "장기적인 현상인지 시간을 두고 좀더 지켜봐야
할것"이라면서도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상반기께부터는 주요
품목에서 뚜렷한 수출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오롱의 한 관계자도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1천2백-1천3백원수준을
유지하면서 1백10-1백20엔대의 엔.달러환율이 지속되면 수출은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세계 반도체(D램)시장은 한국과 일본이 35%씩 양분하고 있다.

수출무대에서 일본제품과 최대 라이벌 관계에 있는 만큼 엔고는
국내업체들에 직접적인 반사이익을 가져다 준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달러당 1백10엔대 환율이 3개월이상
지속될 경우 일본업체들도 가격을 올릴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지금도 가격폭락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라 엔고까지 장기화되면 채산성
악화를 더이상 견디지 못하리란 분석이다.

그러나 반도체시장의 최대 현안은 "공급과잉 해소".

공급과잉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아무리 엔화가치가 높아져도 국내업체들의
수출채산성 개선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엔고를 기회로 수출드라이브를 다시 한번 걸어볼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엔저 호기를 이용, 딜러에게 고액의
리베이트를 주는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바람에 국내업체들이
큰 고전을 겪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대개 달러당 1백30엔선을 기준환율로 사업계획을
짰다.

상당한 여유가 생긴만큼 적극적인 마케팅과 수출드라이브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수 있게 됐다.

<>전자=장기적으로 일본과 직접 경쟁을 하는 대형TV 브라운관 모니터등에서
상당한 수준의 수출물량 확대가 기대된다.

다만 "계약후 2~3개월 뒤 결제가 이뤄지는 원부자재의 대금의 경우 당장
상승하게 돼 전자업계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LG전자 금융팀 박재석
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부자재가격의 상승부담이 해소되는 3개월후쯤에는 전자제품의
가격경쟁력은 급속히 높아질 전망.

특히 11월부터 미국이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지털TV 수상기는 일본제품보다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갖고 시장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냉장고, 세탁기등 백색가전제품 경우 일본제품과 경쟁관계가
아니어서 수출증대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조선=조선은 2년치의 물량이 확보돼있기 때문에 당장의 환율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엔화강세추세가 계속된다면 주요 라이벌인 일본에 대해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호재다.

대우조선 송민호 전무(상선생산본부장)는 "엔화가치하락으로 일본조선소들
이 선가를 낮춰서 수주를 해왔고 이에따라 선가가 계속 떨어질 우려가
있었다"면서 "엔화강세가 지속되면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선가도
다소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고 있다.

<>섬유=폴리에스터 나일론 원사등을 주력생산품으로 하는 화섬업계는
큰 수혜를 볼 것같다.

이들 제품은 거의 대부분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필름은 수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긋으로 기대된다.

세계 필름시장은 일본과 한국이 양분하고 있어 일본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한국업체들은 그만큼 반사이익을 얻는다.

직물업체들도 엔고효과를 어느정도는 볼수 있다.

저가품의 경우 경쟁상태가 대만, 중국등이지만 전체의 30-40%를 차지하는
고급품은 일본과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기계=엔화강세의 영향이 부문별, 수출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핵심부품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내수위주의 기계업체들은 경우
엔화강세로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구미 등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던 수출위주의 기계업체들은
일단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자재나 부품중 상당량을 일본에서 수입한다 하더라도 부가가치가 높은
완제품을 수출할 경우 가격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공작기계의 경우 대우중공업 현대정공등 미국 등지로 수출을 늘리고
있는 몇몇 업체들은 엔화강세가 유지될 경우 매우 유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컨테이너 등도 가격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화=엔화 강세는 유화업계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고부가 제품을 위주로 하는 일본과 국내 업계는 경쟁품목이 적다.

반사이익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본과 경합이 있는 SM(스티렌모노머) TPA(테레프탈산)등
액화제품의 경우는 수출에 있어 상당한 이익이 기대된다.

다만 아시아시장 영향력이 큰 일본 업체들이 엔고때문에 할 수 없이
제품값을 올릴 경우 전체적으로 합성수지등의 국제값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철강=세계적인 공급과잉에다 선진국의 반덤핑제소가 잦아지고 있어
엔고의 파워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스테인리스강을 중심으로 일부 제품은 가격경쟁력을 가질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 엔고의 산업별 파급 효과 ]

< 반사이익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 >

<>.자동차 : . 공격적 마케팅 가능
. 수출채산성 개선
.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수출 증대

<>.가전 : . 모니터, HDD, 휴대폰 등 수혜폭 커짐
. 해외생산이 많은 TV, VTR은 별 득이 없음
. 백색가전제품은 수출증대효과 전혀 없음

<>.반도체 : . 일본업체, 채산성 악화를 못이기고 가격인상 예상
. 국산제품의 시장점유율 확대 전망
. 공급과잉 해소가 관건

< 반사이익이 다소 예상되는 업종 >

<>.섬유 : . 원사, 타이어코드지 등 대부분 품목 수출 개선
. 일본과 한국이 시장 양분하는 필름은 수혜폭 클듯
. 수요감소/공급과잉으로 영향은 제한적

<>.철강 : . 세계적 공급 과잉으로 영향은 크지 않을 듯
. 반덤핑 제소 등 선진국의 수입규제 심각
. 스테인리스강품 일부 품목은 수출증대 기대

<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 >

<>.조선 : . 2년치 수주가 끝난 상태여서 효과 없음
. 장기화되면 일본과의 수주 전쟁에서 유리해질듯

<>.유화 : . 일본과 경쟁품 적어 반사이익 미미
. SM TPA 등은 수출증가 기대

< 타격이 우려되는 업종 >

<>.기계 : . 핵심부품의 대일의존도가 높아 타격 우려
. 수출위주 기업은 경쟁력 다소 높아질듯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