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과 그 부속서인 "액션 플랜"이 채택됨에 따라 양국간에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실질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불편했던 과거사를 정리하고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계기를 마련한 데 1차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분야에서도 일본수출입은행의 30억달러 대한융자를 양국정상이
합의하는 등 두나라간의 경제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마련한
것도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다.

"행동계획"에 포함된 경제협력은 매년 1회이상 개최키로한 정상회담이나
양국간 각료간담회, 고위 경제정책협의회 등 각급 대화채널을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양국간 투자확대를 위한 상설기구도 설치키로 함으로써 두 나라간 무역.
투자를 늘려 나갈 수 있는 기반도 조성하게 됐다.

주요 분야별 경제외교의 성과와 기대효과를 짚어본다.

<> 금융협력

김대중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은 금융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일본수출입은행이 3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한국에 제공키로 했다.

한국은 지난5월 일본수출입은행으로부터 10억달러의 무역금융을 지원
받았으나 일본산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조건부였다.

그러나 이번 차관은 90%가 일본물품 구매와 연계되지 않아 중소기업지원,
에너지 부문 지원, 한.일 합작투자기업 지원 등 산업 지원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자금은 한국의 경기활성화와 성장잠재력을 높이는데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차관제공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지원 의사가
확인됨에 따라 우리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 무역 불균형 해소

양국 정상은 두 나라 사이의 총 교역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확대 균형을 이루기 위해 서로 노력하기로 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최근 일본의 경제개혁과 내수 진작 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일본측이 규제완화 등을 통해 한국상품의 수입확대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일본에만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수입선다변화 제도를
내년 상반기에 철폐하고 일본은 한국상품에 대해 불리한 제도를 해제하는
등 시장자유화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양국은 또 "한.일 고위급 농업협력위원회"를 정기협의체로 설치키로 합의
하고 내년 상반기중 서울 또는 도쿄에서 1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계기로 대일 농산물 수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하고 있다.

특히 우리 최대 농산물 수출시장인 일본에서 식물검역 문제 등 까다로운
규제를 풀게되면 농산물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산업.문화 교류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산업문화교류제를 공동개최해 양국간
산업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연속 10일 정도의 일정으로 산업기술
전시행사인 수퍼EXPO와 문화.학술.스포츠 행사를 열게 된다.

두 나라 정부는 이 행사를 한.일 양국이 교대로 개최할 경우 매년 2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중과세방지협약

양국 외무장관이 이 협약에 서명하고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2000년 1월1일
발효시키기로 합의했다.

이 협약이 발효될 경우 일본투자가들이 한국에서 주식 또는 채권에 투자할
때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게 됨에 따라 일본인 주식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일본에 진출한 한국인 유학생 산업연수생 연예인 체육인의 면세한도를
높여 10만 여명이 감세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 일본의 대한 투자확대

한국정부는 일본기업이 희망할 경우 임대공단을 조성해 주는 등 적극
지원키로 했다.

또 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민관합동투자촉진
협의체(가칭)"를 구성, 일본기업의 투자 애로를 덜어주기로 했다.

투자협의체는 한국측에서 업계와 외교부 재경부 산자부 노동부 등 관계부처
가, 일본측에서는 한국진출기업대표와 서울저팬클럽 등 민간업계와 통산성
외무성 대장성 등이 참여하게 된다.

<> 공과대학 유학생 파견 사업

일본 공과대학에 2000년부터 한국 학생을 파견하는 연수사업을 공동으로
벌이기로 합의했다.

양국정부는 우선 2000년에 100명 규모의 유학생을 파견하기 시작하여
2010년에는 매년 250명을 파견키로 하는 등 매년 1천명 선의 유학생을
유지키로 했다.

이번 사업으로 학문 단계에서의 기술교류를 통해 기술이전 기피현상을
방지하고 대학 시절의 인간관계를 졸업 후 기업 및 연구소 등으로 확대하여
첨단기술을 자연스럽게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게 됐다.

< 도쿄=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