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에 때아닌 "클린(Clean)뱅크" 열풍이 불고 있다.

너도나도 깨끗한 은행, 우량 은행이 되자는 다짐을 밝히는 행사가 경쟁적
으로 열리고 있는 것이다.

<> 선언식 상황과 내용 =기업 상업 한일 신한은행은 1일 본점에서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클린뱅크 선포식을 가졌다.

제일은행은 "금융시장 안정및 경제회복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특히 서울은행은 은행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노조가 단체행동을 자제
하는 내용의 노사 공동선언문까지 채택, 발표했다.

이에앞서 지난달 30일엔 주택은행과 산업은행이 클린뱅크 선언식을 가졌으며
외환은행은 "경기활성화 결의대회"를 열었다.

클린뱅크 선언을 한 은행들은 한결같이 부실채권 매입 등 정부의 지원으로
우량은행으로 발돋움했다고 강조했다.

이들 은행은 또 우량 은행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부 은행은 금리인하 신용대출확대등의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과거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국가경제 회생에도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 클린뱅크 선언식 왜 하나 =은행들이 지난달 30일과 1일을 전후해
앞다퉈 선언식을 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정부가 21조원이라는 혈세를 투입,은행의 부실채권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부실"이 없어지므로 깨끗한 은행이 됐다는게 은행들의 논리다.

또 9월말로 금융구조조정이 완료됐다고 정부가 발표를 한 상태여서 이제는
기업 살리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선언을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율경영"을 통해 은행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겠다는 다짐과 달리
이번 클린뱅크 이벤트도 정부가 의도적으로 기획한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타율에 의한 클린뱅크 선언식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관련 은행장들은 지난 주말 은행회관에서 정덕구 재정경제부 차관과
모임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이같은 선언식을 할 것을 지시받았다는
후문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선언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실천에
옮기느냐가 관건"이라며 "말로만 선언하는 구태가 재연되지 않았으면 한다"
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