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금융개혁이 일단락되고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전문가와 전담조직을 갖춘 금융감독위원회와 은행이 5대그룹및 워크아웃
(기업개선작업) 기업과의 담판에 착수했다.

전초전부터 뜨겁다.

구조조정협상이 이해당사자간 첨예한 대립으로 난항을 겪을 조짐이다.

기업쪽은 더 유리한 부채상환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채권은행은 기업쪽에 자구노력 강도를 높이지 않으면 "청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더 큰 몫을 차지하려는 금융기관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워크아웃기업의 채권행사 유예시한이 집중된 이달말부터 12월초까지는
파열음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10월은 기업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금감위는 구조조정 최종안을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확정하라고 독촉하고
있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채권단간 이견조율에 실패하면 거평 3사처럼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개입
한다.

<> 적법성 시비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5대그룹 계열사중 퇴출기업을 선정
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상의 담합행위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은행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칫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5대그룹측의 반발도 변수.

부실계열사와 우량계열사간 합병이나 부실계열사에 대한 증자지원을 막는
금감위의 행정지도가 모두 이런 법적 시비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5대그룹-4개주채권은행간 긴급회동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거론
됐다는 후문이다.

구조조정이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딪혀 좌초될 수 있다는 얘기다.

<> 부채출자전환과 감자 그리고 경영권변동 =워크아웃기업들은 대체로
출자전환을 희망하고 있다.

부채를 출자로 전환하면 이자를 물지 않아도 된다.

원금도 갚을 필요가 없다.

주식보유자(채권금융기관)는 경영성과에 따라 배당을 받고 증권시장에
주식을 팔아 돈을 회수한다.

문제는 금융기관이 쉽게 출자전환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다수 은행은 "감자없는 출자전환은 없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감자는 경영권변동을 낳는다.

대주주의 지분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선 오너경영인이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또 감자를 결정할 최종 권한은 기존주주에게 있다.

주주들은 워크아웃에 실패해 회사가 망하면 보유주식이 휴지조각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채권금융기관과 기업경영진이 합의해도 주주가 반대하면 안되는게 감자라는
얘기다.

<> 신규운용자금지원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은 대부분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곳이다.

부도위기에 몰려 마지막 "피난처"로 워크아웃을 선택한 기업들이다.

그만큼 신규자금에 목말라 한다.

이에 반해 금융기관들은 신규자금을 지원하길 꺼린다.

더이상 물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해 운영자금을 마련해
쓰거나 대출금을 갚으라고 독촉한다.

알고보면 기업들 처지도 딱하다.

팔고 싶어도 원매자가 없어 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경기가 회복되거나 경영이 어느정도 정상궤도에 오른뒤 자산을
팔면 더 많은 현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자금지원 후자구노력"을
요구한다.

<> 보증채무 해결 =가장 골치아픈게 워크아웃기업이 다른 기업의 채무에
보증을 선 경우다.

워크아웃기업의 보증으로 돈을 빌린 기업은 대부분 계열사여서 동반부실화된
상태이거나 이미 부도가 난 곳이다.

워크아웃기업이 대지급을 해야 하거나 조만간 해야 할 곳이란 얘기다.

동아건설은 일정기간 보증채무를 유예하는 수를 썼다.

다른 은행들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금감위는 워크아웃시 지급보증을 해소하기 위해 보증인(기업)의 주식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바꾸는 방식을 권장할 방침이다.

또 지급보증을 아예 없애고 신용대출로 전환, 돈을 빌린 기업이 더 높은
이자를 무는 등 다양한 보증해소방안이 적용된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와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채권금융기관과 기업은 모두 이런 방식의 지급보증 해소에 익숙
하지 않아 거부감을 갖고 있다.

<> 국내외 금융기관간 차별적용 =기업구조조정협약에는 국내금융기관만
가입했다.

가입하지 않은 외국금융기관은 손실을 부담하지 않는다.

워크아웃기업이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한 경우 CB를 보유한 외국인투자자
는 손실을 한 푼도 보지 않는다.

외국계은행지점도 마찬가지다.

금감위는 국내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협약에 가입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낸다는 입장이다.

<> 회사채 보유자의 권리행사제한문제 =회사채 지급보증을 많이 선
제2금융권은 회사채 보유자가 자신들에 대한 대지급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국은 회사채가 여신에 해당하지 않고, 대지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회사채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져 시장흐름을 해칠 것이라며 제2금융권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