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데이는 추석이후, 생존률은 2대 1"

은행원에게 "추운 가을"이 오고 있다.

"올해중 40%, 내년중 10% 감원"이란 정부의 방침이 착착 진행되고 있어서다.

특히 정부가 15일 노사협상을 벌이던 추원서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위원장과
조흥 상업 한일 외환 평화 강원 충북 제일 서울은행 노조위원장 등 47명을
강제 연행함으로써 감원은 움직일수 없는 절대명제가 돼 버렸다.

이처럼 대량감원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부작용도 적지않게 나타나고 있다.

해당 은행 대부분 점포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언제 잘려 나갈지 모르는 판에 일을 하면 무엇하랴"는 풍조가 만연하다.

퇴직을 각오한 일부 직원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기업에 대출금을 퍼주는
도덕적해이(모랄 해저드)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직원정리가 마무리되는 다음달말까지는 은행이 제대로 돌아가기를 기대
하는건 힘들것 같다.

<> 강경한 정부 =정부는 "2000년부터 1인당 영업이익이 외국 선진은행수준
(2억6천만원)이 되도록 인원을 줄이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으론 올해 40%, 내년 10%다.

이런 방침에 따라 14일 오후4시 부터 철야 협상을 벌이던 노조대표 47명을
15일 오전 전격 연행했다.

노사협상에 임했던 은행장들도 "어쩔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은행들은 이날 금감위에 제출한 양해각서에서 "추석후부터 다음달말까지
인원감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 흥분한 노조 =마침내 올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그런만큼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금융노련은 오는 19일 규탄집회를 모의파업성 규모로 개최키로 했다.

아울러 다음주부터는 총파업도 불사키로 했다.

노조는 금감위가 "한건주의"에 빠져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 일손놓은 은행원 =대부분 은행원들은 일손을 놓고 있다.

거의 모든 점포가 개점휴업상태다.

따지고 보면 그럴만도 하다.

말이 40%지 두명중 하나는 은행을 떠나야 한다.

그러니 일할 맛이 날리 없다.

정부와 본점에서 아무리 중소기업대출을 독려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다.

이 시기에 부실이라도 발생하면 꼼짝없이 집에 가야 한다.

특히 감원비율이 높은 지점장급과 차장급은 더욱 심하다.

일부에선 1급이상 80%, 2급 70%를 자른다는 소리도 들린다.

"거의 다"다.

그러니 정시에 출근, 아무 일도 안하다가 정시에 퇴근하는 직원이 태반이다.

정반대의 경우도 없지 않다.

잘려 나갈 판에 인심이나 써보자는 식이다.

신세진 기업에 대출도 선선히 해준다.

친구나 친척에게도 소액대출을 받으라 성화다.

심한 경우 남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는 은행원도 있다고 한다.

이른바 모랄해저드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도 제법 치열하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팀, 합병추진팀, 인사부, 비서실 등의 생존률은
비교적 높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다보니 이제라도 이들 팀에 끼이기위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한계선상에 있는 지점장들은 실적을 위해 중소기업대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지점장 따로, 직원 따로"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