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경제 관리 시스팀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경제질서를 떠받쳐온 국제통화기금(IMF)과 선진7개국(G7)의 양대지주
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기둥의 붕괴는 필연적으로 세계경제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세계경제 학계에서는 새로운 관리체제의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
도 높아지고 있다.

<> 국제통화기금(IMF) 자금고갈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45년 설립 이후
세계 금융흐름에 교란이 생길 때마다 이를 바로잡는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해왔다.

그 흐름의 대세는 자본잉여국, 즉 선진국으로부터 개도국으로의 자금공급
이었다.

아시아 신흥시장과 중남미 아프리카가 주된 자금수요처였고 90년대 들어서는
러시아도 여기에 가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같은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특히 아시아 위기를 계기로 IMF체제의 문제점은 급속히 심화되는 추세다.

무엇보다도 IMF 자체가 자금이 고갈돼 더이상 개도국이나 신흥시장에 대한
자금공여자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IMF의 재원은 최대로 잡아도 90억달러 미만이다.

만약 중남미 등지에서 또다른 외환위기가 발생하게 된다면 IMF는 손을 놓고
구경만 해야 하는 상황이다.

<> 관리능력 부재 =IMF의 또다른 문제는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오지랍이
넓다는 점이다.

현재 IMF는 세계 80개국가와 정책 협의를 갖고 있다.

IMF로부터 돈을 빌려쓰고 있는 나라들은 사실상 IMF가 경제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도국당 IMF 전문가 7명이 배정되는데 이 인력으로 국가
경제를 관리하는 것은 무리라며 IMF 능력 자체를 의문시하고 있다.

또 지나친 비밀주의와 미국 중심의 운영체제도 공격받고 있다.

미의회는 IMF의 운영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1백80억달러의 추가출연
을 계속 유보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말레이시아 등 개도국들은 "IMF가 서방 투자은행들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지적들이 누적되면서 "IMF무용론"이 점차 세를 더해가는 추세다.

<> G7 무용론 =지난 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세계경제질서를 주도해온 G7
역시 "지도력 약화"라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우선 G7내에서도 좌장격인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에 함몰돼
세계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스스로 포기한 듯한 모습이다.

"세계경제의 동시 공황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금리인하가 급선무"라는
국제금융시장의 요구에도 아랑곳없이 자국의 인플레 우려만을 들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게 그 대표적인 현상이다.

테러문제 등에서는 서슴없이 "세계경찰"을 자처하면서도 막상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자국이익을 우선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도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못하고 있다.

아시아 위기의 초기단계부터 "일본의 내수부양"이 요구됐지만 일본정부는
"재정개혁"이라는 국내적 목표에만 집착해 이를 외면했다는 비판이다.

일본은 특히 세계최대의 채권국가로서 세계금융시장 안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으나 자국의 부실금융기관 처리를 지연함으로써 위기를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관리시스템 전반에 일대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기도 한 실정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