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 출자를 한 다음 주가가 오르면
환수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감자를 해 개인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혀서는
안됩니다"

일성신약 윤병강(68) 회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실은행 감자
(주식감소) 방침에 대해 이같이 지적하면서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최근 사재를 털어 일간신문에 "대통령께 올리는 글"이라는
광고를 낸 그는 "은행주에 투자했다가 가산을 탕진한 개인 주주들을 대신해
그같은 광고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주들의 아픔을 감싸안아야 할 정부가 감자를 실시해 더 많은
손해를 끼쳐서는 곤란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부실은행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주주들도 어느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정부의 시각에 대해서도 윤 회장은 확고한 반발논리를 편다.

"정부가 은행을 민영화한다고 해서 주식을 샀는데 한번도 은행의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그는 주장한다.

은행 경영진이 주주 눈치는 보지 않고 사실상 인사권자인 정부만 쳐다보곤
했는데 이제와서 주주들에게 손해를 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게 윤 회장의
지적이다.

윤 회장은 또 은행이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 것은
여신과 관계된 것이지 감자와는 관련이 없다며 감자를 하지 않고 정부가
출자하면 은행의 신뢰가 회복되고 경영도 정상화된다고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괜히 "감자한다, 퇴출시킨다"고 정부가 앞장서 금융기관의 신용도를
낮추고 외자 도입도 어렵게 만든게 아니냐고 그는 반문했다.

비록 사재를 털어 자신의 견해를 대외에 밝혔으나 은행 경영에 직접
간여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 윤 회장은 국내 은행이 왜 부실의 낙인을
찍혔는지를 과거와 연계해 설명했다.

은행들은 국민경제를 위해 정부가 하라는대로 했다가 결국 부실화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

이로인해 개인주주들이 많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정부가 출자했다가 나중에 주가가 올라 출자금을 환수하면 국민들에게도
피해가 전혀 없다"고 말한 그는 "정부가 출자했는데도 부실화될 은행이
있다면 지금 당장 파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제일은행이나 서울은행을 장부가격만으로 평가해선 안되며
이들 은행이 그동안 쌓아 놓은 업력이나 브랜드가치 등도 고려, 너무 싼값에
외국에 팔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그는 말했다.

윤 회장은 일성신약을 38년째 경영하면서 은행주식에 주로 투자해 왔다.

지난 69년에는 자본금 5천만원으로 동양증권(현재 대우증권)을 직접
설립, 은행주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81년 정부의 시중은행 민영화방침이후 한일은행 주식 1천6백50만주
(지분율 16.5%)를 2백억여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80년대까지 은행주 투자로 비교적 짭짤한 재미를 본 그는 그러나 문민정부
들어 주가가 하락한데다 새정부 들어서는 제일은행의 감자조치로 큰 손실을
봤다.

89년에 비하면 8백50억원이상의 손실을 봤다고 윤 회장은 밝혔다.

지금도 그는 한일은행 지분을 3.03%(97년말 현재) 보유하고 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