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일정한 흐름과 속도를 갖고 순환해야 제 구실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갖고 돈이 제대로 돌고 있는지를 구별할수 있을까.

그 기준은 다양하다.

한국은행의 통화공급량, 금융기관대출금, 한은의 유동성규제물량, 부도업체
수 등이 돈의 유통을 재는 잣대가 된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이지 못하다.

이를 알아볼수 있는 대표적 잣대가 바로 통화유통속도다.

통화유통속도는 통화 한단위가 일정기간동안 각종 거래를 매개하기 위해
몇번이나 유통되었는지를 알아보는 지표다.

예컨대 1원이란 돈이 한은에서 발행됐다고 치자.

이 돈이 한은에 돌아오기까지 10번의 거래를 매개했다면 유통속도는 10이
된다.

따라서 거래가 많을수록 유통속도는 빨라진다.

반대로 요즘같이 경기가 죽어 거래가 형편없을 경우엔 유통속도는 하락한다.

또 경제주체가 돈을 돌리지 않고 갖고 있으려 들 경우 돈은 돌지 않기
때문에 유통속도는 떨어진다.

금리나 물가상승률이 하락할 경우 돈을 장롱에 쌓아두더라도 상대적 손해는
덜하다.

그래서 돈을 갖고 있으려 하고, 그렇게 되면 유통속도는 하락한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이후 경기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 상반기중 마이너스 5.3%를 기록했다.

경기가 죽으면 유통속도는 뚝 떨어진다.

실제 지난 2.4분기중 M2(총통화)의 유통속도는 전년동기대비 13.8%나
하락했다.

똑같은 돈을 풀어도 속도가 떨어지는 만큼 경제주체가 피부로 느끼는 돈의
양은 적을수 밖에 없다.

따라서 피부로 체감하는 돈의 양을 똑같게 하기 위해선 유통속도 하락률
만큼 통화를 더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즉 통화 유통속도 하락을 통화량 확대를 통해 보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한국은행은 현재의 실물경제활동수준에 비교하면 유동성수준은
여유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유동성 총량은 모자라지 않는데도 자금이 소수 우량기업에 편중돼
있는 것이 문제라는게 한은의 주장이다.

한은은 따라서 중소기업부문에 대한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본원통화공급을 확대할 경우 콜금리 및 일부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금리만
대폭 하락하고 유동성의 대기업 편중현상이 더욱 심화된다고 강조했다.

[ 금융제도 개편이 통화유통속도에 미치는 영향 ]

<>.95.7

- 제도개편 내용
* 통화채인수 의무비율 인하
. 기업금전신탁 : 운용자산의 70->50%
. 금외신탁 : 수탁고의 30->20%

- 제도개편의 영향
* 자금이동 : 은행저축성예금->금전신탁
* 통화유통속도 : M2 유통속도 상승

<>.96.5

- 제도개편 내용
* 신탁제도 개편
. 금전신탁 최단만기 연장(1년->1년6개월)

- 제도개편의 영향
* 자금이동 : 금전신탁->은행저축성예금
* 통화유통속도 : M2 유통속도 하락

<>.97.2

- 제도개편 내용
* 표지어음발행 한도 폐지
. 종전 : 상업어음및 무역어음 할인실적의 50%
* CD에 대한 지준 부과

- 제도개편의 영향
* 자금이동 : CD->표지어음
* 통화유통속도 : MCT 유통속도 상승
MCT+유통속도 불변

<>.97.7

- 제도개편 내용
* 제4단계 금리자유화
.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금리자유화
. MMDA 도입
. RP 대상채권(종전 국공채)및 최저금액 제한(종전 1,000만원) 폐지

- 제도개편의 영향
* 자금이동 : MMDA 증가(은행권내이동)
CD->RP
* 통화유통속도 : M2 유통속도 하락
MCT 유통속도 상승

** CD : 양도성 예금승서, RP : 환매조건부채권, MMDA : 수시입출금식
정기예금, M2 : 총통화(현금과 요구불예금및 저축성예금의 합계),
MCT : (M2+CD+은행신탁계정)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