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보람은행이 마침내 8일 합병계획을 발표한다.

6월말, 7월중순, 7월말, 8월중순 등 4~5차례 불발에 그친 공식발표계획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두 은행은 곧바로 "합병사무국"을 구성해 세부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 합병의 성격과 위상 =당초 예상과는 달리 "우량+부실"에 가깝다.

보람은행이 최근 경영진단에서 은행감독원수정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합병비율 등 합의내용에서 하나은행이 주도권을 잡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초대 합병은행장은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맡게 된다.

구자정 보람은행장은 퇴임한다.

윤교중 하나은행 전무와 이철수 보람은행 전무는 합병은행의 전무로 남게
된다.

감사의 경우 한석우 하나은행 감사가 맡는다.

합병은행의 임원진은 하나은행 6명, 보람은행 4명 등 10명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경영진 면면으로 볼때 합병은행의 경영 주도권은 사실상 하나측으로
넘어갔다고도 할 수 있다.

두 은행은 구체적인 논의기간이 길었던 만큼 합병에 앞선 사전작업이
상당히 진행돼 있다.

보람은 지난주 3백여명을 명예퇴직형식으로 정리했다.

하나도 7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받아 50여명정도를 감원한다.

이번 합병은 은행으로선 강원은행+현대종합금융, 상업+한일은행에 이어
세번째다.

은행간 합병으로는 두번째다.

합병은행은 자산 41조원규모의 은행이 된다.

상업+한일, 외환, 국민, 주택, 신한, 조흥에 이어 7번째다.

<> 청사진 =부실털기 외자유치 추가합병 등 3단계 몸 부풀리기가 추진될
예정이다.

우선 하나+보람은 정부에 2조4천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사주고 후순위채
2천억원, 증자 6천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와의 협의과정에서 7천억원대로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3억~5억달러규모의 외자도 유치한다.

UBS 등과 입을 맞춘 상태다.

이와함께 유력한 파트너로 거론되는 장기신용은행 등 다른 은행과 추가
합병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같은 변신시나리오가 실현되면 합병은행은 자산규모 70조원을 넘는
대형은행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 우여곡절 많았던 합병협상 =두 은행은 처음부터 합병파트너는 상대방
밖에 없다고 봤다.

특히 두 은행 사령탑이 그랬다.

합병은 5월부터 보람쪽 제의로 추진됐다.

그러나 하나가 이를 수용하자 보람이 주가를 올리며 유리한 합병비율을
얻어내려 했다.

이에 하나가 반발, 교착상태가 한동안 지속됐다.

분위기가 급반전된건 6월20일전후.

보람이 상반기 가결산결과 1천억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낸 것이 계기가
됐다.

그 결과 6월말께 합병발표를 계획할 정도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6월 28일 두은행간 합병은 잠시 미뤄지게 됐다.

하나은행이 충청은행을 인수하게 됐기 때문이다.

얼마뒤 협상은 거의 마무리됐다.

하나은행은 7월 14일께 금감위에 "7월16일" 발표계획을 보고했다.

이번에 보람측에 문제가 생겼다.

은행감독원이 퇴출리스사의 여신분류기준을 완화해 주면서 보람은행이
흑자로 돌아선 것.

보람측은 다시 느긋해졌다.

보람+장기신용은행, 보람+조흥은행 얘기가 나온 것도 이때다.

보람은행의 태도가 돌변하자 하나측은 심한 배신감에 휩싸였다.

사정이 다시 반전된 것은 8월말.

회계법인 경영진단이 마무리되면서 보람의 BIS비율이 8%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하나측에 다시 접근, 쟁점별 절충에 성공했다.

우여곡절끝에 하나 보람은행은 하나의 은행으로 다시 출발하게 됐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