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재정위기를 겪지 않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지난 8월말 행정자치부 집계에 따르면 5백억원 이상 빚을 지고 있는
지자체만도 76곳(전체 2백48개)에 이른다.

16개 광역 지자체중 절반이 넘는 9개 지자체가 5천억원 이상의 채무를
안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50%에 미달하는 지자체만도 1백88개에 달한다.

지자체의 이같은 재정위기는 민간부문과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연쇄파급효과를 가져 온다.

수입을 늘리기 위한 대책마련이 늦어지거나 차질을 빚을 경우 봉급도 못주는
지자체가 생길수 있다.

<> 부산 =광역자치단체중 재정자립도가 87.5%로 가장 높지만(서울특별시는
98.5%) 채무는 2조9천24억원(지난해말 기준)으로 전체 지자체중 가장 많다.

부도율과 실업률 등이 전국 최악일 정도로 지역경제에 드리워진 그림자도
어둡기만하다.

이런 현실을 반영, 시세의 48%를 차지하는 취득세와 등록세의 징수목표를
당초 5천7백31억원에서 4천3백67억원으로 23.8% 낮췄다.

아시안게임경기장 항만배후도로 등 일부 공사는 외상으로 건설중이다.

주요사업인 부산정보단지 아시안게임경기장 지하철 2호선 공사도 중단위기에
놓여 있다.

이같은 비상조치에도 불구, 문제는 여전하다.

당장 내년에 갚아야할 지방채가 1천4백억원이나 된다.

따라서 시가 보유하고 있는 6천억원 상당의 택지 및 토지매각이 순탄치
않으면 빚을 갚기 위해 또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부산시의 재정 고갈은 기초자치단체에 주는 지원금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물론 시.군.구의 재정 위기를 심화시키는 도미노 현상으로 확대된다.

부산진구청은 당장 시의 지원금이 65억원 이상 줄어드는 등 수입이 급감
하면서 인건비(한해 1백50억원)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서구청은 판공비와 복리후생비를 동결하고 여비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안간힘이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 대구 =올해 시행키로 했던 예산 사업중 3천5백억원이상은 집행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지방세가 1천5백억원가량 당초 예상보다 덜 걷히는데다 시유지 매각 부진
으로 1천5백억원 이상의 세외수입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지하철 공사대금 결제기간이 연초 1개월에서 최근 3개월로
연장됐다.

공사대금의 선급금 비율도 종전에는 계약금의 20~50%였으나 이제는 10~30%
로 떨어졌다.

그나마 연말에는 한푼도 못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월급 등 시급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정기예금을 해약
했다.

이에따라 시.군 금고의 예금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 대전.충남 =둔산 신청사 공사비를 마련하기위해 현 청사와 부지를
매각하려 애쓰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번번이 유찰되고 있다.

끝내 팔지 못하면 신청사 시공업체에 공사비를 줄수 없는 상황이다.

각종 개발사업을 위해 도시철도공채 지역개발공채등 4백42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지만 절반 정도만 팔리는데 그쳤다.

동구청 등 대부분의 구청 직원들은 야근을 해도 수당을 못 받고 있다.

출장비 삭감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충남도도 백제재현단지 자금등을 구하기 위해 6백5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
했지만 35%만 소화됐다.

<> 인천.경기 =총연장 24.6km의 도시철도 1호선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
하려면 올해 2천7백여억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고보조금 2백19억원이 삭감된데다 공사비 증액분만 2백26억원에
달해 공사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

남구 관교동에 짓고 있는 월드컵경기장은 오는 99년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필요재원 1천1백45억원이 없어 2001년까지 계속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경기도는 올들어 연초 예산 대비 <>국고보조금 10.4%(4백62억원) <>지방
양여금 15%(4백70억원) <>지방교부세 3.7%(1백35억원)가 각각 줄었다.

부천시는 경인전철 복복선화 사업비중 30%를 분담키로 철도청과 협약을
맺었지만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시급한 국책사업이 지연되게 됐다.

<> 광주 =지난해 상반기엔 지방세 2천1백55억원을 징수했지만 올해는
9.2% 줄어든 1천9백56억원을 거두는데 그쳤다.

금리인상 등으로 부채가 지난해말 1조3백22억원에서 지난 6월말 현재
1조7백92억원으로 늘어 4백70억원의 손해를 앉아서 보게 됐다.

<> 기타 =경북도는 지난 5월 지방세가 당초 목표(3천9백50억원)보다
7백50억원가량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되자 상주낙동공단 예천지방공단
영천금호공단 영주지방공단 등의 조성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봉화 청송 영양군 등은 수억원대의 공사대금조차 "재산세를 받으면 주겠다"
며 2~3개월을 끈뒤 간신히 결제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북도에서는 워크아웃이나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진 업체들이 매물로
내놓은 부동산이라도 팔려야 세입이 생긴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극심한
세입결손을 겪고 있다.

제주의 경우도 준공금을 받지 못해 공사를 완료하고도 준공을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 최승욱 김태현(부산) 신경원(대구) 이계주(대전) 김희영(인천)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