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보다 더 무서운 디플레가 오고 있다"

경기침체에 물가하락이 겹쳐 디플레라는 심각한 불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디플레의 초기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최근 내년도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 1.1%까지
하락할수 있다며 디플레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다.

LG경제연구원의 김성식 연구위원도 수해충격이 지난뒤 디플레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디플레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소비의 급격한 위축이다.

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2.4분기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지난
2.4분기중 민간소비 지출은 12.9%나 감소했다.

GDP성장률(-6.6%)보다 감소폭이 커 물가하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 아시아에 이어 러시아 남미가 외환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국제원자재가격이 급락, 세계적인 차원의 디플레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마저 낳고 있다.

디플레는 재테크등 기존의 자산운용방식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 디플레는 무엇인가 =단순하게 보면 디플레(deflation)는 인플레
(inflation)의 반대로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는 소비위축에서 시작된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기업
수지악화->기업도산심화->실업증가및 임금감소->소비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불황에 잠겨드는 것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경기침체의 수준을 뛰어넘는 본격적인 불황이 디플레다.

1929년부터 33년까지 GDP가 33% 감소하고 물가는 25% 하락했던 미국의
대공황도 디플레의 일종이다.

6.25이후 우리 경제에 경기침체기는 몇차례 있었지만 디플레는 한번도
없었다.

지난 56년 80년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때에도 물가는 각각
22.9%와 28.6%가 올랐다.

<> 디플레가 왜 무서운가 =인플레는 물가상승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경제가
호황일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면에 수요가 지나치게 위축돼 나타나는 디플레는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
가면서 산업기반도 훼손시키게 된다.

물가가 마이너스를 나타내면 명목금리보다 실질금리가 높아지게 된다.

또 실질임금도 명목임금보다 많아지게 된다.

기업입장에서는 가뜩이나 판매가 안되는데다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기업수지가 악화되고 도산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업자가 양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번 위축된 소비심리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기업도산이 심해져 실물경제가 무너지면 회복되는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 디플레의 조짐들 =자산디플레는 이미 시작됐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미 지난해의 600대에서 300 수준으로 절반이상 떨어졌다.

부동산가격총액도 IMF(국제통화기금)체제에 들어간 지난해 11월이후
2백조원이상 감소했다는 것이 삼성경제연구소의 추정이다.

소비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 디플레 우려를 더하고 있다.

1.4분기에 민간소비가 10.6% 감소했을 때만 해도 일시적인 충격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4분기이후에도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중 산업활동동향에서도 도소매판매는 17.4% 감소했다.

6월보다 악화되고 있다.

생산감소(12.9%) 이상으로 소비가 위축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다.

국제원자재가격이 12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내년이후에는 물가
하락요인이 우세하다는게 KDI의 전망이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