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분규는 23일 오전 국민회의 중재단(단장 노무현 부총재)이
중재를 포기하고 현장에서 철수한 뒤 오히려 급진전됐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이기호 노동부장관과 정몽규 현대자동차회장, 김광식
노조위원장 등 노.사.정 3자대표는 재협상에 들어갔다.

여기에서는 정리해고 규모와 무급휴직자 처리, 고소고발 취하 문제 등
핵심쟁점 사항을 집중 거론해 거의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더 이상 결렬되면 파국이라는 배수진을 친 3자대표는 최종협상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중재안을 가다듬었다.

협상에 돌입한지 2시간정도가 흐른 오후 3시경 3자대표는 모두 중재안에
동의하는듯 했다.

합의문작성에까지 들어갔다.

이 장관과 정 회장이 협상문 발표안을 가다듬는 사이 김 위원장은 일단
협상장을 떠나 노조사무실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은 최종 타결 발표를 앞두고 강성 노조원들을 설득했다.

막판까지 회사와 노조가 치열하게 부딪혔던 부분은 정리해고에서 제외된
근로자의 처우문제.

회사측은 구제 근로자들에 대해 이미 형평성을 고려, 1년6개월 무급휴직을
주장한 반면 회사측은 1년간 무급휴가를 주장했다.

또 노조원의 고소고발철회문제도 최후까지 타결되지 않은 부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장관이 노사가 대타협을 이룰 경우 이에 따르는 각종
지원책을 정부와 당이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며 집요하게 노사를
설득,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앞서 중재단은 협상장에서 철수하기전 중재안 수용에 난색을 보이던
회사측의 정몽규회장과 박병재사장을 상대로 설득을 벌여 전향적인 입장을
얻어낸 것도 협상국면의 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강성노조를 만나고 난 뒤 다시 협상분위기는 다시
낙관할 수만은 없을 정도로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