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합병은 세계적 유행이다.

미국 일본 유럽의 은행은 90년대들어 합병을 유력한 생존전략으로 채택했다.

은행산업은 80년대후반들어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금융자유화의 바람을
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수와 전통의 이미지를 벗고 변화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 미국 =미국은 전통적으로 은행업과 증권업을 구분하는 전업주의를
택해 왔다.

80년대 후반들어 일부 은행지주회사의 증권자회사에 대해 회사채 주식 등
증권인수및 중개업무가 허용됐다.

은행과 증권간 업무영역구분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

미국의 대형 합병은 이런 흐름과 함께 본격화됐다.

미국에선 95년 이전만해도 1만개가 넘는 은행이 영업을 했다.

따라서 영업지역을 넓히기 위해서는 합병이 필수적이었다.

60~70년대에는 연 1백여건에 머물던 합병이 80년대들어 4백~5백건으로
급증했다.

은행산업내 경쟁이 격화되면서 도산은행이 크게 늘어난 것도 합병 급증
요인중의 하나.

90년대들어서는 대형합병이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은행수는 84년말 1만4천4백96개에서 96년말 9천5백28개로 줄었다.

최근엔 "메가머저(Mega-Merger)"라는 거대합병이 유행처럼 확산되는 등
초대형화의 불길은 꺼지고 않고 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94년부터 2000년까지 은행수가 3천83개 줄어
2000년말엔 7천7백87개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혁신도 대형화에 한몫 했다.

업무자동화의 진전으로 무인점포가 점차 늘어나 설비자금조달과 신뢰도,
지명도면에서 대형화를 지향한 것이다.

또 89년이후 부동산경기침체와 함께 부실채권이 크게 늘어난데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익률이 저하된 금융기관들이 속속 경영합리화를 위해 합병을
택했다.

여기에 증시 활황이 지속돼 대주주들이 주가 상승재료로 작용하는 합병을
선호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합병기류는 초대형은행들을 탄생시켰지만 여전히 수많은 은행들이
틈새지역에서 공존하고 있다.

<> 일본 =지난 30~40년대 정부주도로 대량.대형합병이 이뤄져 지금과 같은
체제가 만들어졌다.

68년에는 "금융기관의 합병및 전환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몇몇 도시은행
간에 대형합병이 이뤄졌다.

일본경제가 안정되면서부턴 합병은 뜸해졌다.

지난 93년 금융개혁법 시행으로 은행의 증권업진출이 허용되는 등 겸영화가
진행됐다.

90년대들어 국제화와 금융자율화가 진전되면서 미쓰비시은행과 도쿄은행이
합병, 세계 최대은행인 도쿄미쓰비시은행이 출현하는 등 대형은행의
몸불리기가 본격화됐다.

일본은행의 인수합병은 비교우위에 있는 부문을 상호보완하거나
(도쿄미쓰비시은행) 부실채권 등 은행경영환경의 악화에 따른 구제형태
(다이와은행과 스미토모은행)로 나눠 볼 수 있다.

상대적인 약세에 놓인 은행의 자구책이자 부실채권해소및 사업다각화대책
으로 합병이 추진되고 것이 특징이다.

<> 유럽 =영국은 전통적으로 분업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3차례에 걸친 금융자율화조치로 현재는 상업은행이 자회사를 통해
종합적인 금융업무를 하고 있다.

독일은 대부분의 은행들이 거의 모든 금융업무를 영위할 수 있는 "유니버셜
뱅크"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유럽의 은행합병은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활발하지 않다.

그러나 80년대후반부터 유럽통화통합에 대비해 점차를 활기를 띠고 있다.

유럽연합(EU)체제 아래서 국가간 은행의 합병이 진행되고 있는게 특징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