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통신장비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통신기자재 수출에 필요한 경제개발협력기금(EDCF)지원을
미루고 있어 수출상담이 깨지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외환위기로 작년 12월 중단된
EDCF지원을 지난 7월부터 재개키로 했으나 자금부족을 이유로 집행을
계속 미루고 있다.

EDCF는 개도국의 한국산 기자재 수입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해당
국가에 10~30년의 장기저리로 지원하는 자금.그동안 국내 전자교환기
업체들의 경우 수출지역이 대부분 개도국이어서 EDCF 차관을 통한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당초 재경부가 계획한 올해 EDCF 지원액은 모두 3천5백억원규모이나
지금까지 지원된 금액은 거의 없다.

이에따라 통신장비 업체들은 지난해 계약됐던 물량을 내보내는 것
말고 신규수출 상담은 거의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기업들의 신용도 하락으로 자체적인 현지금융조달마저
이뤄지지 않아 일부업체들은 신규 프로젝트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4월부터 브라질에 4억달러 규모의 교환기및
단말기수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나 EDCF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는
등의 이유로 스웨덴 에릭슨사에 수주권을 빼앗겼다.

LG정보통신도 아르메니아 몰도바 등에 통신장비를 수출키로 한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몰도바에 5만회선,아르메니아에 3만회선의
교환기를 수출키로 계약하고 각각 3천만달러와 2천5백만달러의 EDCF
지원을 신청했으나 아직 자금이 지원되지 않아 제품공급을 못하고
있다.

또 루마니아의 경우 4만회선을 수출키로 하고 3천만달러를 지원받았으나
환율상승으로 수출규모를 절반수준으로 줄일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우통신이 우크라이나에 26만회선의 교환기를 수출키로 한 사업은
2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97년초 신청한 5천만달러의 EDCF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또 카메룬에 2만회선을 수출하기위해 신청한 2천5백만달러의 자금도
아직 지원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우즈벡사업의 경우 지난 96년 4만5천회선에 수출하는데 1천5백만달러를
지원키로 결정됐으나 현재까지 집행이 안되고 있다.

통신산업협회 김진호전무는 이와관련,"교환기등 통신장비는 한번
수출되면 영구히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업계는 정부의 EDCF지원이 계속 보류됨에 따라 이달 중순께
은행및 관련업체 대표들로 구성된 "수출금융협의회"를 결성,자체적인
자금조달방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이 협의회에는 통신산업협회와 수출입은행,수출보험공사등이 참가한다.

정종태 기자 jtchung@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