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이 해외보다 국내에서 차입하는 금리가 더 낮아지는 내외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는 공기업등 기관들에 대해 해외차입을 자제하고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외화도입을 억제해 원화가치상승을 막아보자는 계산도 깔려 있다.

금융기관이나 기업들도 외채를 상환하기 위해 국내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또 고금리나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무조건 외자를 도입하려는 태도도
사라지고 있다.

<> 내외금리역전 =해외에서 발행된 한국물중 대표적인 10년만기 산업금융
채권의 경우 7월말현재 유통수익률은 연 10.5% 수준.

해외차입시 수수료는 1% 안팎으로 국내보다 훨씬 높다.

반면에 국내에서 발행되는 산업금융채권의 경우 3년만기짜리가 지난연말
연 23%에서 최근에는 11.75% 수준으로까지 낮아졌다.

외화산금채의 경우 국내금리가 아직도 조금 높은 편이다.

그러나 다른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해외차입금리가 국내차입금리보다 같거나
다소 높다는게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로공사나 수자원공사등의 경우 해외에서는 신용도가 낮아 산업은행보다
1-2%포인트가량 금리를 더 부담해야 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산업은행과 같은
수익률로 채권을 발행할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기관들의 정상적인 해외차입은 거의 끊긴 상태지만 하반기이후
해외차입이 가능해지더라도 국내에서 차입하는게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 정부의 해외차입조절 =재정경제부는 4일 오후 윤진식 기획관리실장
주재로 공기업 부사장들과 회의를 갖고 해외차입자제를 당부했다.

도로공사(10억달러) 토지공사(5억달러) 주택공사(3억달러) 수도권신공항
건설공단(2억달러) 등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2조5천억-3조원가량의 채권을
발행하도록 요청했다.

총 20억달러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산업은행 한전 가스공사 등에 대해서는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도록 권고했다.

재경부는 특히 이들이 해외에서 차입하는 대신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환율안정에 기여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하반기에 국내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가뜩이나 높게
형성돼 있는 가산금리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과도한 해외차입을 축소하고 해외에 지급하는 이자비용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 공기업및 금융기관 동향 =산업은행이나 한전등 외화수요가 많은
공공기관들은 외채상환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금액의 달러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환전문가들은 전했다.

한동안 물불을 가리지 않고 외화유치를 추진했던 금융기관중에서도 외자
유치 기피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홍콩 등 몇몇 외국계 기관들은 D사 등 일부 국내증권사에
"거액을 빌려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기관들이 고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달러차입에 따른 환헤지(환위험
회피) 비용까지 감안하면 국내에서의 자금조달 비용을 오히려 웃돌아 외자
유치에 따른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 기관으로부터 투자제의를 받은 한 손해보험사도 "무리한 조건을 제시
한다면 돈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삼성전자의 경우 유상증자자금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해 미국
자회사 AST의 차입금을 상환하기로 했다.

이밖에 현대전자 삼성물산 등 다른 대기업들도 해외차입금을 우선 상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자금조달은 해외시장이 유리해 정부가 무리하게 해외차입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
연구위원)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