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량일까 슈퍼부실일까"

합병은행인 "상업한일은행"의 새로운 모습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 은행역사상 이만한 규모의 대형합병이 없었기에 관심은 더욱 높아진다.

일단 외형만 놓고 볼때 상업한일은행은 슈퍼은행이 된다.

총자산규모는 6월말현재 1백5조원에 이른다.

총자산이 62조여원인 외환은행보다 40조원가량 많다.

세계적으로는 자산규모 1백5조원을 환율 1천2백50원 기준 달러로
환산하면 8백41억달러가 된다.

이는 영국의 스탠더드차터드은행보다도 앞서는 수준.

세계적인 금융전문지 뱅커지 7월호에 나타난 순위는 한일의 자산규모가
1백91억5천만달러로 2백84위, 상업이 2백71억5천2백만달러로 2백19위에 각각
랭크돼 있다.

세계 1위인 도쿄미쓰비시은행의 자산규모는 6천5백34억달러에 달해
상업한일은행의 자산규모는 여전히 세계 상위수준과는 격차가 크다.

그러나 이번 합병을 계기로 세계적 우량은행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하기에 따라선 내년쯤 세계 1백대 은행 대열에도 낄수 있게 됐다.

내년이면 창립 1백주년을 맞는 상업은행과 올해로 창립 66주년을 맞은
한일은행 입장에선 역사적인 전기를 맞고 있는 것.

그러나 문제는 대량 부실채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지난 6월말현재 요주의이하여신을 보면 한일 8조9천1백30억원, 상업
5조9천2백22억원으로 작년말에 비해 각각 4조1천억원 1조원씩 증가했다.

6개월간의 증가속도 치고는 너무 빠르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부실채권을 해소하지 않고는 도저히 은행이 거듭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성업공사를 통해 부실채권을 사들일 공산이 높지만 규모 자체가
워낙 커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게다가 두 은행의 올상반기 당기순손실을 합치면 1조3천7백72억원에
달한다.

부실이 심한 제일은행이나 서울은행보다 적자규모가 크다.

개별 은행으로 존재하느니만 못한 상태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자칫 이같은 부실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경우엔 "부실공룡"으로
변할지도 모를 일이다.

일부에선 서울+신탁 은행의 재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합병은행이 슈퍼에 그치지 않고 우량한 은행이 되려면 두가지
차원의 조치가 긴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첫번째가 정부 지원.

합병은행은 정부에 증자참여 등 7-8조가량의 지원을 원하고 있고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그만한 재원이 있는지가 의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합병은행의 살려는 의지다.

그동안 뼈를 깎는 자구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살빼기도 제대로
못했다는게 금융계의 평가다.

합병후 모습이 슈퍼우량이 될지 슈퍼부실이 될지는 두 은행 임직원들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선도은행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상업은행 약사 ]]

<>1899년1월=''대한천일은행''으로 창립
<>1902년3월=제2대 은행장 영신왕 취임
<>1911년2월=''조선상업은행''으로 상호변경
<>1945년8월=국토분단으로 평양지점 등 북한소재 27개점 상실
<>1950년4월=''한국상업은행''으로 상호변경
<>1956년3월=한국증권거래소에 주권 신규 상장
<>1962년4월=외국환업무 개시
<>1972년7월=일반은행중 국내 최초 민영화
<>1974년12월=도쿄사무소 설치
<>1977년9월=서울~부산간 보통예금 온라인업무 개시
<>1982년7월=종합통장 제도인 한아름통장 시판
<>1984년2월=국내 최초로 CD 자동송금업무 개시
<>1987년7월=1주의 금액 1,000원을 5,000원으로 병합
<>1994년4월=증자(수권자본금 2조원, 납입자본금 8,500억원, 총발생주식수
170,000,000주)
<>1996년12월=한국능률협회 주최 ''96신경영혁신대회'' 종합대상 수상
<>1998년7월=한일은행과 합병발표

[[ 한일은행 약사 ]]

<>1932년12월=조선신탁주식회사로 창립
<>1933년1월=영업개시
<>1946년10월=조선신탁은행으로 상호 변경
<>1950년4월=한국신탁은행으로 상호 변경
<>1954년10월=한국상공은행과 합병, 한국흥업은행으로 상호 변경
<>1960년1월=한일은행으로 상호 변경
<>1962년4월=외국환 업무개시
<>1968년11월=시중은행 최초로 도쿄지점 설치
<>1978년2월=온라인예금 개시
<>1981년6월=민영화은행으로 출발
<>1983년10월=3연속 최우수 저축기관상 수상
<>1990년1월=자본금 6,600억원으로 증자
<>1994년10월=자본금 8,300억원으로 증자
<>1996년5월=국내최초 텔레뱅킹론 실시
<>1997년9월=하노이지점 개점으로 해외지점 13개로 확대
<>1998년7월=상업은행과 합병발표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