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기부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상최악의 마이너스 성장과 고실업 사태로 국민과 기업이 체감하는 고통이
한계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긴축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팽창과 저금리정책이 외환위기를 재발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경기부양은 퇴출기업의 생명을 연장시켜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금융위기를 경험한 해외 국가들의 처방에서 정책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외채부담이 많고 물가가 불안했던 국가들은 긴축기조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칠레와 멕시코 등이 그렇다.

반면 외채부담이 적고 물가가 안정된 국가들은 긴축정책을 단기간에 끝내고
확장정책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이 그런 사례다.

<> 중남미 모델 =83년 외채상환 중단까지 선언했던 칠레는 강도높은
긴축을 통해 성공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칠레는 83년 당시 GNP(국민총생산)의 1백%란 높은 외채부담을 지고 있었다.

이어 85년 GNP 대비 1백45%까지 늘어났던 외채는 92년이 되서야 50% 이하로
줄어들었다.

5년이상 내수위축과 두자리수 실업률이란 고통을 참아낸 댓가였다.

95년 구제금융을 받았던 멕시코도 IMF(국제통화기금)의 긴축 프로그램에
따라 회생에 성공했다.

95년 당시 이 나라의 외채규모는 GDP(국내총생산)의 60%에 다다랐다.

멕시코는 정부지출을 축소시킨 반면 본원통화 목표치를 설정해 엄격하게
운용, 긴축기조를 유지했다.

<> 북유럽 모델 =90년대들어 금융위기를 겪었던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은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책을 병행했다.

재정확대 등 다양한 지원책을 동원, 금융구조조정에 따른 신용경색을
막기위해 노력한 것이다.

기존 균형수준을 유지하던 이들 나라의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6%~15%
수준까지 늘어난 것은 이에따른 결과였다.

이를통해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금리의 발목을 붙들어 맬수 있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뒤 6개월에서 1년후부터 금리는 뚜렷한 하향 안정세를
나타냈다.

<> 시사점 =경기부양 여부는 무엇보다 외채위기의 진행정도에 따라 결정
돼야 한다.

LG경제연구원은 "그동안 한국에 고금리 긴축정책이 필요했던 것은 외화유입
을 통해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외채위기 재발가능성이 줄어든
만큼 경기부양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는 커졌다"고 진단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